[박종훈의 프리킥] 통영에 가면...
[박종훈의 프리킥] 통영에 가면...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9.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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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프리킥] 점심시간 야구 얘기가 듣기 싫어 축구를 좋아하기로 한 불경스런 축구 팬이 날리는 세상을 향한 자유로운 발길질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동양의 나폴리’라는 수식어는 경남 통영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그만큼 아름다운 풍광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비록 나폴리를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았지만.

통영은 옛날부터 이름난 예향입니다. 전통의 장인들이 모여 있는 고장이기도 하고,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등 문화예술의 거장들이 나고 자란 곳입니다. 그밖에도 수많은 문인, 예술가, 장인들이 통영이란 고장과 인연을 맺거나, 그리며 지냈습니다.

동양의 나폴리라는 수식어도 막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던 무렵,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지어 준 별명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통영이란 고장이 이렇게 유명해진 걸까요? 무언가 동네 자체가 예술혼이 흘러 넘치는 곳일까?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그만큼 영감에 영향을 주는 걸까? 그렇게 따지자면 산 좋고 물 좋은 다른 고장들은?

평소 궁금하던 점을 이번에 박경리 기념관을 방문했다가 그럴듯한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경상 우수영이 있었고, 임진왜란 당시에는 삼도수군통제영이 인근 한산도에 있었던 고장이라 자연스레 수공업자, 장인들이 모일 수밖에 없었던 곳이라고 하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군대 집단을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물자가 들고, 또 평범한 이들의 일상과는 좀 더 다른 물자들이 필요합니다.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군 납품업자들이 모일 수밖에 없었고, 농사를 짓거나 물고기를 잡던 이들과 직업적 차이, 노동의 차이는 분명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이들 장인들로부터 예술적 창의성이라든지, 이를 가능하게 한 물질적인 부라든지 등등의 기반이 닦여갔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묘하게도 별명처럼 통영의 지금 모습은 이탈리아 나폴리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폴리는 북부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남부 이탈리아의 도시들 중 그나마 낫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경제구조가 취약한 도시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관광지이긴 하지만, 전후에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이뤄지며 제철소가 낮은 효율성으로 문을 닫기도 하는 등 어딘지 통영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실업률 역시 30%에 달한다고 하고요.

유명한 나폴리 피자가 노동자, 서민을 위한 음식이었다고 하네요. ‘삼총사’를 지은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나폴리 빈민들은 여름에는 수박, 겨울에는 피자로 근근이 살아간다”라는 표현을 남기기도 했답니다. 어부들이 선상에서 간단히 요기하려고 먹던 ‘충무김밥’이 지금 통영의 대표적인 먹거리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오늘 4월 3일은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는 경남의 두 지역에서 치러집니다. 통영도 그중 하나입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남녘 고장에는 거리가 온통 하얗게 만개한 벚꽃으로 뒤덮였습니다. 지역에서 준비한 축제들도 겹쳐 온통 북적이는 분위기입니다.

정작 그 동네 사는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 곧잘 묻고 다녔습니다. 정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할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아무튼 말하는 이마다 골고루 여야 정치인들의 험담이 주를 이루었다는 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객들에게야 통영은 아름다운 관광도시 정도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그 고장 사람들에게 현재 통영의 경기는 무척 비관적이라고 합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그래도 지역에서 많은 고용을 창출했던 조선소들이 문을 닫은 지 오래고, 그러다보니 굳이 연관 산업이 아니라도 동네의 경제는 아직 얼어붙어 있습니다.

먹고사는 게 어려워지면 사람들의 심사도 강퍅해집니다. 외지 사람이라고 이것저것 불만을 털어놓는 통영 주민들의 목소리도 꽤 높습니다. 꼭 경상도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들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윤이상 기념관과 전혁림 미술관, 박경리 기념관을 보며 저는 아주 즐거웠습니다. 뭐 두말할 필요 없는 거장들의 생애와 작품세계, 일상의 모습들을 촘촘하게 그려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택시기사는 대번에 “쓸 데 없이 숱한 돈을 들인 일”이라고 일축해버립니다. 소위 그런 게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골목 경기를 대변하는 푸념이었겠지요.

그런 와중에 여야 지도부가 총 출동한 동네 구석구석은 연신 확성기 소리와 알록달록한 피켓들로 북적거립니다. 정치인들은 지역의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고 굳게 약속합니다. 이왕이면 지역도 함께 융성하는 게 좋겠지만, 그게 꼭 국회의원의 책무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말입니다. 택시기사는 그런 풍경을 보면서도 한 마디 쓴 소리를 잊지 않습니다. 머할라꼬 죄 내려와 저라고 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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