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 공무원들, "제로페이 강제할당 중단해야"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들, "제로페이 강제할당 중단해야"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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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 과잉 경쟁에 공무원들 영업사원으로 내몰린다 하소연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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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제로페이 사업에 대한 자치구 공무원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가 제로페이 가맹 유치 실적에 따라 25개 자치구에 특별교부금 300억 원을 차등해서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치구에선 담당 부서 공무원 할 것 없이 모든 공무원이 1건에서 5건 가량 할당량을 강제 받는 등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제로페이는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도입한 간편 결제 서비스다. 계좌이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수수료가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제로페이 사업을 진행해왔다.

앞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지난달 3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갖고 "제로페이 가맹점을 늘리는 과정에서 공무원의 강제 동원을 중단하고, 특별교부금을 자치구별로 똑같이 분배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노조는 당시 박 시장이 “성과를 내려다보니 현장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3월까지 가맹모집에 집중하고 4월부터는 더 이상 강제할당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당초 불거진 문제가 일단락 됐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특별교부금 차등 지급에 대해서도 “완전 균등분배는 어렵지만, 현장을 배려해서 차등폭을 최소화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 달 뒤인 오늘(3일) 오전, 서울시 자치구 소속 공무원 60여 명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제로페이 공무원 강제동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서울시가 약속한 내용과 다르게 자치구 실적평가 기간을 4월로 한 달 더 연장하고, 특별교부금 지급 기준 역시 기존보다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봉식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제로페이의 정책적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서울시가 직불카드 지급 방식인 제로페이의 불편한 점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하지는 않고 공무원을 강제적으로 동원해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서울시가 목표 대비 최소한 50% 이상 실적을 달성한 자치구에게는 골고루 특별교부금을 나눠줘야 하고 더 이상 고통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관악구청 소속 공무원 박성열 씨는 “관악구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특별교부금 등 사업비 지원 없이는 사업 운영이 어렵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자치구 실적을 보니 관악구청이 20순위 밖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이 휴일도 없이 부랴부랴 나가서 각자 2건 씩 가맹점을 늘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영등포구청 소속 공무원 지민수 씨는 “영등포구청의 경우 최근까지 1인 당 5건이 할당됐다”면서 “공무원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근무시간 내외할 것 없이 자기 일을 놔두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제로페이 가맹점 95%는 자치구 공무원들이 유치시킨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강제할당은 아니고 행정 협력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면서 “특별교부금 평가 기간은 자치구의 요청 시에 한 해 4월 말까지 연장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노조는 “자치구 입장에선 '요청'이라고 해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여서 향후 서울시가 보다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한 노조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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