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노동자들, 강원 산불 원인 '전신주 개폐기 노후화' 의혹 제기
전기노동자들, 강원 산불 원인 '전신주 개폐기 노후화' 의혹 제기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4.10 18:26
  • 수정 2019.04.10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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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말한 이물질 충돌로 리드선 손상으로 인한 발화 가능성 낮아
유지보수 예산 삭감이 사고 본질적 원인
건설노조전기분과위원회가 강원 화재 원인 발표 및 배전 유지보수 예산 확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건설노조전기분과위원회가 강원 화재 원인 발표 및 배전 유지보수 예산 확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강원 산불 발화 원인으로 전신주 개폐기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전력공사의 입장과는 다른 시각이다. 한전은 강원 산불 발화 원인으로 전선 이물질 충돌 가능성을 발표했었다.

강원 산불 발화 원인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은 오늘(10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동조합 전기분과위원회(이하 건설노조전기분과)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전기노동자가 직접 말하는 강원 산불 원인

엄인수 건설노조 전기분과 강원전기원지부장은 “전신주에 불꽃이 일어나는 사고 동영상을 보면 한전이 발표한 이물질 충돌 발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하며 “동시에 옆 전신주도 불이 났는데 그렇다면 같은 시각에 이물질이 한 번에 충돌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엄 지부장은 “전신주마다 절연 커버가 있는데 이물질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발화는 절연 커버로 차단돼 다른 전신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물질이 날아와 충돌하더라도 이물질은 접촉 순간 산산조각나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건설노조  전기분과는 이번 강원 산불의 원인을 개폐기 노후화로 보고 있다. 건설노조 전기분과의 주장에 따르면 시공 후 오래된 전선과 전선 사이에 물기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겨울이 되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전선 압축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부하가 발생해 열이 발생한다. 여기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후화된 시설을 피켓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노후화된 시설을 피켓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국민 안전 위해 배전 현장 유지보수 예산 확대 필요

김인호 건설노조전기분과 위원장은 이번 화재의 본질적 요인으로 한전의 유지보수 예산 삭감(전년 대비 4,000억 원 가량 감소)과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했다. 노후화된 개폐기를 유지보수해야 하는데 해당 예산 삭감으로 전신주 유지보수와 배전 현장 전반의 유지보수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번 강원 산불 이후 건설노조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전기노동자 배전 현장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작년부터 2019년 올해까지 배전 선로 유지보수 공사건수가 줄었다는 응답이 98.6%에 달한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2018년부터 선로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기노동자 응답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를 종합했을 때 한전의 유지보수 예산 삭감이 실제 현장 배전 설비 노후화와 개연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노조 전기분과는 이번 강원 산불을 인재로 보고 있다.

건설노조 전기분과는 한전에 ▲한전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방안 수립 ▲노후 전신주와 불량 기자재에 대한 전수점검 실시 ▲선제적인 교체와 보수로 안전한 배전 운영 체계 확립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연관된 선로 유지보수에 대한 배전운영 예산 정확히 공개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한편, 한전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가 추측하는 원인도 가능성을 제기한 부분이기에 정확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화재 원인 규명이 나와야 이번 산불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선 선로 유지보수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예산 집행실적을 표면적으로 봤을 때 4,000억 원 가량 예산이 삭감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폐기 진단과 관련한 점검수선예산은 매년 증가 추세”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