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천 개의 바람이 되어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4.11 11:49
  • 수정 2019.04.11 11: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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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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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인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는 자신의 이웃이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곁에 갈 수 없어 슬퍼하자, 그를 위로하기 위해 시를 하나 지어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 시를 받고 읽은 이웃은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입소문을 타게 된 이 시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위안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시는 이후에도 죽은 이를 기리고 살아남은 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낭송되어져 왔습니다. 시의 제목은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입니다.

1932년에 만들어진 이 시는 우리에게 하나의 노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임형주 팝페라가수 겸 성악가가 부른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도 위 시를 따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2014년 사고 이후 4월 16일이 되면 하늘로 간 아이들이 슬퍼하는 것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그 날을 맞이하는 저 역시도 괜스레 숙연해진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애도를 표했습니다.

세월호가 바다 깊숙이 잠겨 있다가 인양되던 2017년에는 거짓말 같이 그 날은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아이들이 더 이상 울지 않게 된 것 같아 더욱 더 눈물이 나는 듯 했습니다.

우리의 2014년 4월 16일은 아프고 충격적으로 기억됩니다. 당시에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또 무슨 감정이었는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불가능하게 느껴졌던 일들을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기도 했습니다. 아픔 속에서 우리가 간절히 외쳤던 한 가지는 더 이상 사람들이 죽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있은 후 5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얼마나 안전해졌을까요? 식목일이었던 지난 5일 강원도에 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여의도 6배의 산림이 소실될 정도로 피해가 컸던 이번 산불에서 불행중 다행으로 큰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발 빠른 대응 덕분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위험한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하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외쳤던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한 길은 여전히 멀다고 느껴집니다. 더 이상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월호 5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나는 거기에 있지 않아요. 나 잠들지 않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이에요
나는 눈 위의 다이아몬드 가루에요
나는 무르익은 곡식 위에 내리는 햇볕이에요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에요
당신이 아침의 고요 속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둥근 원을 그리며 하늘로 비상하는 조용한 새에요
나는 밤에 빛나는 부드러운 별이죠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말아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죽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