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아들 결혼식인데..." 대한항공 청소노동자가 삭발한 이유는
"9월에 아들 결혼식인데..." 대한항공 청소노동자가 삭발한 이유는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4.17 15:52
  • 수정 2019.04.17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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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노조 간부 12명에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17일 열린 ‘손배철회! 노조탄압중단! 대한항공청소노동자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삭발·농성투쟁 돌입!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노조 간부 4명이 삭발을 하고 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17일 열린 ‘손배철회! 노조탄압중단! 대한항공청소노동자 민주노조사수를 위한 삭발·농성투쟁 돌입!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노조 간부 4명이 삭발을 하고 있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대한항공 비행기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노란 스카프를 매고 대한항공 본사 앞에 모였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항공과 그 하청업체 EK맨파워의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이 최상위 원청인 대한항공에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태일, 이하 한국공항지부)는 17일 오전 11시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한국공항지부 간부 4명이 삭발을 하기도 했다.

김태일 한국공항지부장은 “한국공항에서 쟁의행위로 인한 비행기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노조 간부 12명에게 걸었다”며 “공공운수노조에서 해방공탁금을 걸어 가압류가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대한항공 본사 앞에 모인 건 책임지라고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지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조합원 모두 함께 승리해서 공항과 대한민국을 살려보자”고 독려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함께 한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은 보이지는 않지만 이들이 없으면 깨끗한 비행기도 없다”며 “지난해만 비행기 청소노동 중 21건의 산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EK맨파워의 원청인 한국공항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을 가르고 있다”며 “원청이 노조 파괴를 위해 노조 컨설팅을 하는 등의 불법을 막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공항지부는 “2017년 4월 지부 설립 이후 한국공항은 2017년 7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한국공항지부와 교섭을 진행했다”며 “올 7월까지 교섭 권한은 한국공항지부에 있음에도 쟁의행위를 이유로 교섭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달 25일에는 사측에서 노조 간부 12명의 개인 통장에서 5,200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가압류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간부들의 삭발에 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노조 간부들의 삭발에 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이날 결의대회에서 김태일 지부장, 김정경 부지부장, 김춘심 쟁의부장, 배상철 조직부장은 삭발을 통해 원청의 노조깨기로부터 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결의를 보였다. 특히 김정경 부지부장은 9월 아들의 결혼식을 앞둔 상황에서 삭발을 결심했다고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결의대회에 참석한 일부 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원청개입 노조파괴 중단하라’고 적힌 손펼침막을 대한항공 본사 담장에 묶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국공항지부는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며 “봄을 순식간에 물들이는 개나리처럼 대한항공 내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