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제도화되긴 했지만, 사회화는 아직”
“돌봄이 제도화되긴 했지만, 사회화는 아직”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4.22 18:27
  • 수정 2019.04.22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 토론회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 토론회가 2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 토론회가 2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돌봄서비스 질 향상과 공공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인장기요양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동집행위원장 최경숙, 현정희, 이하 공대위)가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공대위는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 토론회’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가졌다. 이날 토론회는 공대위와 기동민, 김상희, 남인순, 맹성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이 주최했다. 김상희, 남인순, 맹성규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최경숙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사회서비스원이 올해 시범사업을 하게 됐다”면서도 “제도 중심인 현행 장기요양서비스가 노인과 돌봄노동자의 인권 측면에서 개혁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요양서비스의 공공인프라는 1%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공공인프라 확대를 위한 재원과 제도 마련에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돌봄의 제도화는 절반의 사회화”

“돌봄정의(Caring Justice)가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문을 연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돌봄 자체를 아젠다(의제)로 설정하지 않으면 돌봄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는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돌봄이 제도화됐다고 돌봄이 사회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돌봄의 사회화는 돌봄에 대한 정당한 가치평가와 노동의 가시화, 정당한 가치의 대가 지불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석 교수는 돌봄정의의 개념을 ‘경제적 차원이 재분배’, ‘문화적 차원의 인정’, ‘정치적 차원의 대표’로 규정해 3차원 정의로 돌봄 정책에 대해 평가했다. 석재은 교수는 “현재 한국 장기요양정책은 돌봄책임의 사회화에 진전이 있었으나 돌봄제공자에 대한 부당한 낮은 자원분배에 기반하고 있다”며 “정부정책이 보편적 공평성에 초점을 두고 규격화돼 개별화된 돌봄니즈의 인정과 반응성있는 돌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대 복지국가는 돌봄을 ‘취약한 사람을 돌보는 취약한 시민’으로 주변화하며 기능적으로 돌봄을 처리해왔다”며 “돌봄이 젠더부정의와 결합해 돌봄노동이 평가절하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식, 비공식 돌봄 구분을 해체하고 돌봄을 전면적으로 가치적 영역으로 드러내야 한다”며 “돌봄일자리 개선과 사람 중심 돌봄환경 조성을 위하여 돌봄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자원의 할당 수준을 적정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성규, 김성희,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이 토론회에 참석했다.ⓒ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맹성규, 김성희,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노인장기요양정책 전면적인 성격 전환 필요”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의 재가서비스단위비용과 시설서비스단위비용이 OECD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런 차이는 제공 인력의 자격기준이나 임금수준과 밀접한 연관을 가져 서비스의 질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요양시설의 약 80%가 개인사업자소유기관이다”며 “이런 방식의 요양기관은 낮은 시설기준과 낮은 이직률로 서비스의 질 저하와 사고위험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해 장기요양기관과 장기요양인력의 적정수준에 대한 직접적 규제가 필요하다”며 “현행 비용지원방식의 장기요양공급에 인프라 재정을 투입해 공적 책무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공립 보육·요양시설 확충 계획 추진없이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했다”며 “이는 사회서비스정책과 공급의 성격변화에 미미한 변화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양난주 교수는 “노인장기요양정책의 전면적인 성격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탈시장정책으로 정책 원리를 변경하고 장기요양 공급차원의 개입, 공공인프라 확충, 요양보호사 임금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을 주문했다.

“2020년까지 국공립 요양시설 단계별 확충할 것”

이날 토론회에 김효리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 사무관이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김 사무관은 “현재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와 관련된 안건이 상정됐다”며 “심도 깊은 논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발제 자료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 국립요양시설은 전체 5,200여 개 중 2%, 110여 개 정도”라며 “그러나 시설 이용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요양시설의 입소율이 정원 대비 82% 정도라 요양시설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도 “국공립 요양시설이 없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지역별로 한 군데 이상의 국공립 요양시설 설치를 통해 지역 내에서 양질의 요양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국정과제에 2020년까지 국공립 요양시설을 단계별로 확충하는 내용이 포함돼있어 먼저 이 부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가 진행되던 시간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장기요양위원회가 진행돼 “보건복지부에서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토론회에 나오면 좋겠다”는 아쉬운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김효리 사무관은 관련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사무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