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100년 전 이야기
[최은혜의 온기] 100년 전 이야기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4.23 13:55
  • 수정 2019.04.23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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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임금노동이 처음 발생한 게 언제인지 아시나요? 대략 19세기 말경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쟁의는 언제인지 아시나요? 바로 1892년 ‘인천부두 두량군(斗量軍, 인천항에서 조선과 일본 사이에 쌀을 받거나 넘길 때 그 양을 계랑하는 일을 하던 부두 노동자들) 노동자 파업’입니다. 1876년 체결된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 일명 ‘강화도조약’)로 인천, 부산, 원산이 개항하자 부두를 중심으로 임금노동자가 생겨났기 때문에 ‘인천부두 두량군 노동자 파업’이 최초로 발생하게 됩니다.

갑자기 이렇게 최초의 임금노동과 노동쟁의 얘기를 꺼낸 것은 얼마 전에 본 기사 때문입니다. 100년 전 우리나라 노동자의 현실을 폭로한 서한이 공개됐다는 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100년 전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접하면서 최초의 임금노동과 노동쟁의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서한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부가 만국사회당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조직위원회에 보낸 참가 희망 요청서입니다. 요청서는 “(한국인은) 권리를 지켜낼 수단을 박탈당했을 뿐 아니라 일본은 어떤 보상도 없이 노역을 강요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한국의 노동자들보다 더 비참한 상황은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사를 읽으며 지금의 노동 현실을 떠올렸습니다.

이번 <참여와혁신> 5월호를 위해 CG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엄청난 노동강도와 기약할 수 없는 퇴근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 CG 디자이너는 “누가 죽어야 노동 현실이 개선되려나”며 자조했습니다. 100년이 지났지만 노동 현실은 거의 제자리걸음입니다.

매년 5월 1일은 세계 노동자의 날입니다.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서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파업한 노동자에게 경찰이 발포를 하며 큰 희생이 발생한 것을 기리기 위해 1889년에 프랑스에서 제정됐습니다. 129번째 세계 노동자의 날을 맞이하지만 아직도 하루 8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많은 우리 현실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올해는 ILO(국제노동기구) 창설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ILO에 가입한지 30년이 다 되어감에도 노동 현실 개선은 멀게만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100년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참가하길 희망한 만국사회당대회는 ILO 본부가 있는 스위스에서 열렸습니다. 100년 전 스위스에서의 만국사회당대회를 통해 바꿔보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노동 현실을 올해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