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기술공단 되살려 수공 자회사로 전환해야”
“수자원기술공단 되살려 수공 자회사로 전환해야”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4.23 14:36
  • 수정 2019.04.23 16: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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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상 당해도 대체인원 세워놓고 상 치르는 현실" 토로
[인터뷰] 이천복 수자원기술주식회사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20일, 광화문광장에는 수자원공사(이하 수공)에서 점검·정비업무를 담당하는 600여 명의 노동자가 모여 결의대회를 가졌다.

2017년 7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 전환’, ‘생명·안전업무는 직접고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점검·정비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자임에도 오분류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누락됐다”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수공의 점검·정비 용역업체인 수자원기술주식회사(이하 수기주)의 이천복 노조위원장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천복 수기주노조 위원장

수공을 상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전후사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좀 해달라.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처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발표를 했을 땐 지금과 집행부가 달랐다. 당시 집행부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고 정부 발표 자료만 가지고 있던 상황이다. 수공도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 관심이 없었다.

지금 우리 집행부는 2018년 5월 1일에 출범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1단계 정규직 대상자에 해당함에도 누락된 것과 관련해, 국회, 한국노총, 고용노동부 등 갈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다니면서 호소했다. 1단계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 용역의뢰도 했다. 거기서 1단계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받기도 했다. 또한 유성규 노무사가 속한 노무법인 참터에도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 여부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고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는 1단계에서 누락됐으니 수공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우리는 점검·정비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직접 인원과 함께 현장 지원 업무나 사무 업무를 담당하는 간접 인원이 있다. 직·간접 인원을 모두 포함하면 685명 정도 된다. 수공은 900명 이상이라고 하는데, 별도 프로젝트에 포함된 인원까지 포함된 인원이 900명인 것이고 점검·정비 업무 직·간접 인원은 685명 정도다. 정규직 전환 대상인원은 이 정도다.

수공에서도 우리와 같은 업무를 하는 직원이 있다. 우리가 수공과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간위탁은 인건비 총량을 정하고 해당 업무에 10명이 가든 20명이 가든 상관없는데 우리 업무는 사람 당 인건비를 책정하고 수공의 업무지시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위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 관련 질의를 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 1단계에 청소용역, 경비, 조경 등만 포함됐는데 고용노동부에서 ‘점검·정비업무 노동자도 1단계 파견 근로자로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하는 게 맞다’는 답변을 했다. 수공이 처음에는 ‘특수한 기술이 있기에 배제됐다’고 하더니, ‘건설기술진흥법 때문에 안 된다’, ‘민간위탁이라서 안 된다’는 식으로 말을 계속 바꾸고 있다.

수공이 우리가 이런 이유로 민간위탁인 3단계에 해당한다고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그때 이용득 의원이 불법파견이라는 의견을 내서 현재 고용노동청에 불법파견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결과는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근로자지위확인소송 2차 변론 기일이 5월 15일이다.

사실 우리 업무가 위험하다.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가스실에서 중독돼 죽은 동료도 있고 전신에 화상을 입거나 장애를 얻은 동료도 있다. 이런 걸 30년 넘게 봐왔다. 어려운 현실이다.

수기주 정규직이 수공 정규직으로 들어가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는 반응도 들린다.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보니 타 공공기관에서 공공기관 정규직과 전환된 정규직 사이에 갈등이 많은 것을 봤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노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보니까 그렇더라. 우린 한 사람의 조합원이라도 더 데려가기 위해 2001년 청산된 수자원기술공단 때처럼 자회사로 만들어주길 요구하는 것이다.

수자원기술공단 때도 수공의 자회사였다. 수공 정규직들과의 갈등 소지를 없애고 간접 인원 한 사람이라도 더 데려갈 수 있다 보니 수자원기술공단을 살려서 자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수공 직원들은 공채로 입사했고 우리는 아닌데 수공 정규직으로 들어가게 되면 노동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않나? 그러다보면 우리도 수공도 내부갈등이 심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자원기술공단을 살려서 자회사로 넘어가겠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공단으로 가면 국가의 투자를 받은 회사이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도 받을 수 있고 공기업으로서의 업무를 담당하는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사무직 직원들이 더 필요할 것이다. 우리 전 직원이 마음 편하게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려면 자회사 전환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수공에 큰 부담이 되는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우린 긴급복구 태세를 24시간 갖추고 있고 언제든 출동시키면 나간다. 휴일도 제대로 못 쉰다. 멀리 가면 멀리 가는 곳 위치보고도 해야 한다. 휴가도 인건비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 하루 빠지면 인건비가 그만큼 삭감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직원들도 쉬고 싶어도 회사의 손해가 막심해서 쉬질 못한다. 별도의 일수가 계산되다보니 죽어야 휴가다. 부인상을 당해도 대체인원을 세워놓고 상을 치러야 할 정도다. 안 그러면 인건비를 깐다. 우리는 자회사 전환을 통해 처우 개선이 되길 원한다.

수공은 점검·정비 5개사 중 수기주, 베타, 에코엔(3사 노조는 수기주노조로 통합됐다)과 부경엔지니어링(부경), 와텍의 입장이 갈리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24일엔 수공과 점검·정비 5개사 대표 및 근로자대표와 간담회도 있다고?

부경과 와텍은 수공 출신이 회사를 나가 차린 용역이다. CEO가 수공 출신이기 때문에 정규직, 자회사 전환을 반대한다. 부경과 와텍 직원들은 CEO와 우리 눈치만 보고 있다. 우리가 잘 되길 바라지만 사주가 정규직, 자회사 전환을 반대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 수기주는 앞서 말한 2001년 청산된 수자원기술공단 출신이 만든 회사다. 베타와 에코엔은 정부정책에 의해 독과점 해소와 고용안정을 위해 수기주로부터 독립한 회사다. 그래서 우리 3사는 입장이 같고, 노조도 수기주노조로 통합된 것이다. 우리는 자회사 전환으로 정규직이 되길 원한다. 수공에도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요구한다. 아직 노사전문가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문으로 요구하지는 못하지만 구두로 이런 뜻을 계속 전달했다.

간담회는 기대 안 한다. 수공이 줄곧 우리를 3단계 민간위탁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3단계 고용보장만 가지고 얘기할 것으로 본다. 정부방침이 3단계 대상에 대해 계약 기간 연장, 기술료 상향, 업체가 바뀌어도 고용 승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부경과 와텍은 정규직이나 자회사 전환에 참여 안 하겠다고 할 것 같지만 우리는 노사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회사 전환된다고 간부들을 버리고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간다. 우리 쪽은 한 목소리로 나갈 것이다.

우리 일이 급여도 적고 일이 힘들어서 하루에 한두 명씩 퇴사하는 상황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기술자들이 기술 전수도 못하고 이건 수공과 우리, 국가적으로 손해다. 예정 공단처럼 되면 국가와 국민에 봉사할 수 있고 직원들 고용과 처우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면 수공도 좋은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 자회사 전환되면 국가, 국민, 수공,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일단 5월 1일 집회는 세종시 환경부와 노동부 앞에서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5월 11일엔 또 다시 상경해서 광화문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한다. 자회사 전환을 통한 정규직 쟁취를 통해 국민과 국가에 기꺼이 봉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