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자들, “현장이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공공기관 노동자들, “현장이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4.23 17:28
  • 수정 2019.04.23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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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력 충원돼야 안전한 현장 가능
현장실태 반영하지 못한 안전관리 지침 지적
공공기관 현장 안전을 위한 정책 보완 요구 발표 기자회견 중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공공기관 현장 안전을 위한 정책 보완 요구 발표 기자회견 중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작년 KTX 강릉선 탈선,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태안화력발전소 협착 사고 등 공공기관 중대사고로 인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3월 19일 국무총리실에서 공공기관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3월 28일에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을 제정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들은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하며 23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늘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위원장 최준식, 이하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현장 실태에 비춰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의 정책적 보완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가 공공기관 안전인력 2,000명을 충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안전‘관리’ 인력만 1,400여 명이 충원됐다”며 “예방 차원의 안전관리도 중요하나 현장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본래 업무와 안전관리에 필요한 안전 점검 및 조사까지 격무에 시달릴 뿐”이라고 주장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어느 업무에도 집중하지 못해 공공기관 현장 안전은 개선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은 “KTX 강릉선 사고를 비롯해 최근 발생했던 철도사고와 사고 대응의 문제점은 현장안전인력의 감축과 외주화에서 발생했다”며 “영업거리 증대와 고속철도, 전기철도 확대로 철도시설물은 계속 증가하는데 인력은 대규모로 감축돼 시간외 장시간 근무, 차량정비·시설물 유지보수와 같은 안전업무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상수 위원장은 “안전관리 인력만 증원되는 게 아니라 4조 2교대가 가능한 적정인력을 확보하고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KTX승무원의 직접고용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며 “이러한 인원 충원과 직접고용같은 노동조건 개선은 시민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인력이 충원되지 않은 것 외에도 공공기관 안전관리지침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광희 국토정보공사노조 위원장은 “이번에 제정된 공공기관 안전관리지침에 의하면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 혹한기, 혹서기에 야외 업무를 자제하는 지침이 있지만 우리 공사는 지침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현장 실태를 밝혔다.

이어 “그 이유는 업무처리기간이 현재 5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의 경우 영국은 29일, 캐나다는 17일, 일본은 14일인데 우리나라는 터무니없이 짧아 미세먼지를 마시고, 혹한, 혹서에도 무조건 업무처리 기간에 맞춰 야외작업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이 현장과 괴리가 있기 때문에 현장 실태를 반영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4월 22일 기획재정부와 양대노총 공대위(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대책에 대해 협의했다. 당시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의 문제점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검토 후 추후 협의하자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안전관리 인력뿐만 아니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현장 인력을 조사해 즉각 충원 ▲외주·용역·무기계약직도 인력 충원 및 예산 증액 편성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 현실화 위해 법·제도 개선 ▲안전지침 제외 지방공기업·현업공무원까지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 확대 적용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