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순의 얼글] 당첨확률보다 낮아서
[박완순의 얼글] 당첨확률보다 낮아서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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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순의 얼글] 얼굴이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사람의 얼굴을 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시간이다. 로또(Lotto) 때문이다. 여섯 개의 숫자가 적힌 종이. 가벼운 종잇장이지만 이것을 사기 위해 로또 명당 판매점 앞에서 긴긴 줄을 서기도 한다. 줄을 선 사람들 머리 위로 당첨의 희망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당첨확률은 814만 5,060분의 1. 아주 희박한 확률에 사람들은 왜 그렇게 기대를 할까. 로또와 관련해 우리가 하는 말을 보면 그 기대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로또 관련해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을 대화로 재구성해봤다.

A : 로또를 월요일에 사면 토요일까지 행복해, 토요일까지 머릿속에 행복회로가 돌아가니까.

B : 로또에 당첨되면 바로 회사에 가서 사표 낼 거야.

A : 난 그거 받고, 날 괴롭히던 상사에게 반말로 퇴사하겠다고 말할 거야.

B : 작은 커피집 내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

A : 세계 일주를 떠날 거야.

B : 근데, 요즘 당첨액이 적어서 집 하나 사면 끝 아니냐?

A : 그러게나 말이야.

아마도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 인 것 같다고 추론할 수 있다. 물론 로또는 내기와 놀이의 측면에서 인간이 아주 오래 전부터 해온 행위이기 때문에, 그때부터 쌓여온 문화적 DNA 때문에 사회의 분위기와는 상관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시대 사람들의 말은 지금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다고 본다. 그러던 중 로또와 관련한 인터넷 게시물을 봤는데, 우리 사회에 떠도는 로또 관련 말을 단숨에 정리하는 문장이었다.

게시물 제목은 ‘너네 로또 왜 사냐?’, 게시물에 달린 댓글. ‘노동의 가치가 확률보다 낮아서.’ 명치를 아주 쎄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수사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공감이 갔다. 다시 로또와 관련해 세간에 떠도는 말들을 상기해봤다. 묘하게 맞아 떨어져 나갔다.

지금 우리 사회의 노동이 인간에게 주는 정신적, 물질적 가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에 나오는 말들이었다.

누구나 동의하듯이 노동은 인간의 삶에 전반적으로 관계하고 있다. 그런 노동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 그 자체, 노동하는 공간인 일터, 적정한 노동시간, 그로 인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대가가 조화롭게 버무려져 우리 삶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 소득격차, 일과 삶의 균형 등등의 지수에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최하위인 것이 수치적 근거이다.

당연히 로또 살 수 있고, 당연히 로또 당첨에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주일을 당첨되지 않을 확률이 너무나도 큰 로또에 기대어 살게 만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게다가 그 주역이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동이라는 건 지금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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