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우리는 사이다를 원한다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우리는 사이다를 원한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4.25 10:42
  • 수정 2019.04.25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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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강은영 기자 eykang@labrplus.co.kr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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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찾아오는 병이 하나 있습니다. 주말동안 풀어졌던 몸을 일으켜 학교나 회사로 향하는 길이 무겁게 느껴지곤 하죠. 그래서 일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해서 ‘월요병’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내기 위한 각자의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월요일에 로또를 사서 발표가 나오는 토요일까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퇴근 후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는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최근 한 드라마를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며칠 전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입니다. 평소 좋아하던 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드라마 시작하는 시간만 되면 TV 앞에 앉았습니다.

드라마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 했지만,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22%를 기록했으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고구마’나 말도 안 되는 ‘막장’의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열혈사제>는 한 신부가 비리와 부패로 점철된 도시에 오게 되면서 그들을 일망타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얌전하고 온화할 것 같은 신부님이 불의에 참지 못해 욱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악역들에게 당하기보다는 주먹을 쥐고 응징하는 장면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사이다’를 느끼게 했습니다.

이러한 전개로 인터넷 상에서 ‘고구마’ 없는 ‘사이다’같은 드라마라며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됐습니다. 여전히 현실에는 부정부패를 보여주는 기사가 줄을 잇는데 드라마를 통해 그들에게 벌을 가하는 모습이 시원함을 느끼게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3.1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방법으로 응답자 중 29.8%가 ‘친일잔재 청산’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친일잔재 청산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80.1%가 청산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친일잔재 청산이 되지 않은 이유로 48.3%가 ‘정치인·고위공무원·재벌 등에 친일파 후손이 많다’라고 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부정과 부패를 청산해야 한다는 열망은 높지만 실제로 이것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자료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난 추운 겨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답답한 ‘고구마’ 상태이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 가상의 ‘사이다’가 아닌 현실에서의 ‘사이다’를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