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용균 묘소 앞에서 외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故 김용균 묘소 앞에서 외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4.28 18:02
  • 수정 2019.04.28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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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산안법, 사업주 처벌 1년 이상 하한형 조항 사라져
정부와 국회 중대재해기업 처벌을 위한 법제도 제정 노력해야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28일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 故 김용균 묘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 우리를 떠나간 수많은 산재사망 노동자를 애도하자”고 말문을 열었다.

위험의 외주화와 죽음의 외주화라는 문제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산재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많은 국민들이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故 김용균 씨 컨베이어벨트 협착 사망사고다. 이후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고, 개정 법안의 주요 골자는 위험의 외주화와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원청의 책임 강화였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함께 위험의 외주화와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법안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노동안전을 연구해온 많은 전문가들이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기업 처벌 수준이 미약하기 때문에 안전을 이윤과 맞바꾸는 현상이 멈추지 않는다고 진단하듯 처벌적 조항으로 산재사망사고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상 산재사고에 대해 기업을 독자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은 없다. 산안법 개정 당시 원청 책임 강화와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주 처벌을 1년 이상으로 하는 하한형 조항을 삽입하려 했지만 포함하지는 못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016년 발생한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432만 원이고 지난 10년 간 산재사망 사고를 당한 사업장 책임자 중에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들은 전체의 0.5%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한 해 2,40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지만 10년 간 10명의 사업주도 구속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노동자 산재사망 면죄부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이냐”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재사망 사고의 관계에 대해 조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CJ제일제당 사고 故 김동준 어머니 강석경 씨는 “우리 동준이는 문화가 있는 기업이라 광고하는 CJ에서 실습을 나가 일을 못한다고 회식 때 폭행을 당하고 폭행 사실을 말하면 부모를 찾아가 죽이겠다고 협박당했는데, 회사는 빠진 채 폭행당사자만 벌금형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강 씨는 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미성년자에게 담배, 술 팔아도 영업정지인데, 사업장에서 다치고 죽는 것에 대해 기업은 왜 조치를 받지 않는지 모르겠고 기업에 조치를 가하지 않으면 이러한 사고는 반복된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를 강조했다.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故 노회찬 의원이 2017년 4월에 대표발의했다. 4·16연대와 민주노총, 노동 안전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마련한 법안으로, 이를 그대로 노회찬 의원이 수정 없이 법안으로 발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의한 법안의 제안 이유를 살피면 오늘날 대부분의 대형재해 사건은 특정한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현행법으로는 재해사고가 발생해도 안전관리의 주체인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우며 현대 기업의 특성상 안전관리는 다양한 직급에서 구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적용이 까다롭다고 한다. 그렇기에 현대형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의 조직적·제도적 안전관리 유도가 가능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세계적으로 캐나다, 호주, 영국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비슷한 내용의 기업살인법이 각각 2003년, 2004년, 2008년에 제정됐다. 영국은 기업살인법으로 매출액 대비 과징금을 부여하고 있다. 영국은 기업살인법 제정 이후로 산재사망사고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전해진다.

기자회견은 참가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국회와 정부가 조속히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이후에는 ‘청년노동자 故 김용균 씨 묘비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