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용균, 오늘은 자전거 타고 웃었다
청년 김용균, 오늘은 자전거 타고 웃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4.28 18:01
  • 수정 2019.04.28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故 김용균 묘비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묘비에 각인된 사진 속 가족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조형물로 만들어진 故 김용균 씨는 자전거를 타고 밝은 얼굴로 노란 미소를 띠었다. 환한 미소 앞에서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아버지, 시민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8일 오전 11시 30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故 김용균 묘비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 묘비와 추모조형물 작업을 한 나규환 조각가는 “김용균 씨의 생전 사진 중 어떤 이미지로 조형물을 만들면 좋을지 고민했다”며 “고인이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웃는 얼굴로 자전거를 타던 모습을 골랐고 어머니께서도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전했다.

한편, 나규환 조각가는 “사진 속 태안화력발전소를 갔는데 사진의 분위기와 달라서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다른 노동자분들도 고인과 같은 작업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또 다른 김용균을 보는 것 같았다”고 당시 작업 심경을 말했다. 또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일하는데 죽는데, 안전과 평화로운 모습을 염원하는 취지가 조형물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산재로 죽은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모인다”며 “죽는 날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서 시민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故 김용균 조형물을 만들기로 서부발전과 합의했지만 조형물을 어디에 두는지에 대해 서부발전과 의견 대립이 있었다”며 “서부발전은 조형물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기를 바랐는데, 이것은 단적으로 기업이든 정부든 산재사망을 줄이자는 의지가 박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또한, “슬픔에서 벗어나 제막식을 계기로 김용균을 떠올린다는 것은 죽음의 외주화 문제를 떠올리는 것이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결의를 다지는 것”이라고 제막식의 의미를 전했다.

제막식에 참여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 한 명의 목숨이 자본가 한 명의 목숨과 다르지 않다”며 “김용균을 기억하고 법과 제도로 중대재해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야 하며 이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가 할 일”이라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였다.

묘비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은 지민주 씨의 추모공연과 故 김용균 씨의 동료가 발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추모공연에서는 지민주 씨가 故 김용균 씨가 생전 즐겨 듣던 노래 ‘바람기억’을 불러 제막식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