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교사는 ‘노동자’도, ‘시민’도 아니다?
공무원과 교사는 ‘노동자’도, ‘시민’도 아니다?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5.01 22:28
  • 수정 2019.05.02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절 맞아 공무원·교원해직자 공동기자회견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회복투와 원복투. 노동절(5월 1일) 아침, 노동조합을 하다 해고된 공무원과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공무원과 교사가 “노동자이자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복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김주업)의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위원장 김은환)’의 줄임말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공무원노조법 개정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인 조합원들에게 대규모 징계가 잇따르자 다음해 설치됐다. 당시 해직된 공무원들 가운데 136명이 아직까지도 복직되지 못했다. 회복투는 지난해 8월부터 청와대 앞에서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집단 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약 16일 간 해직 공무원 16명이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원복투 올해 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권정오)이 설치한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위원장 손호만)’의 줄임말이다. 전교조 소속 교사 34명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적합하다는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 직후 해고됐다. 원복투는 지난 3월 14일부터 청와대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과 교사의 온전한 노동기본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노조에 가해진 각종 징계와 법외노조 통보를 ‘국가폭력’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공식적인 사과와 징계취소, 원직복직을 요구했다.

한편, 오는 6월 ILO(국제노동기구)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정부가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거쳐 개정 법안을 낸 것을 두고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회피할 요량으로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권을 ‘적당한 수준’에서 인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조파괴를 법제화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지난 3월에도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무원노조법 개정안(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과 교원노조법 개정안(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교원노조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여전히 노조 가입 범위를 제한하고 있고, 단체교섭을 어렵게 만들어서 ILO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대신 ‘선비준, 후입법’ 방식을 강조하며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핵심협약을 즉각적으로 먼저 비준하고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입법을 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은환 회복투 위원장은 “여전히 정부는 공무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시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노조가 법내노조로 있던 기간(3년)만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홍영표안’(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제정되더라도 (해직자 136명 중에서) 공직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20여 명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해직자들이 겪었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은환 회복투 위원장은 “2년 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직공무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징계취소와 해직기간 임금 지급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며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진선미안’에 보다 더 관심을 쏟아줄 것을 부탁”했다.

손호만 원복투 위원장도 “도대체 이 땅에서 온전한 노동3권은 언제 보장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으면서 “60년 전에도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은 한 몸이고, 온전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같은 말을 했다”고 말했다. 손호만 원복투 위원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빌미로 오히려 더 노동 개악이 추진되고 있다”며 “강행할 시 보다 더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표현, 정당가입,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현행법을 두고는 "특정한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시민적 권리와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제약하는 반헌법적 차별 조항"이라고 비판하면서 "공무원과 노동자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는 입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과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이 참석해 공동으로 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두 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한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광장에 열린 민주노총 세계 노동절 수도권 본 대회에도 참석해 공동으로 선전전을 벌였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이후에도 국가인권위원회와의 면담 등 해직자들의 복직을 위해 공동으로 투쟁할 계획이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1일 오후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해직된 공무원과 교사들이 함께 서울시청광장 앞에서 공동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1일 오후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해직된 공무원과 교사들이 함께 서울시청광장 앞에서 공동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