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제조업 위기 전문가들이 진단하다
울산 제조업 위기 전문가들이 진단하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5.04 10:07
  • 수정 2019.05.07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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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력 제조업 BIG 3가 흔들리고 있다, 울산도 흔들리고 있다

[커버스토리] ③ 울산지역 제조업 위기 진단

제조업의 중심지 울산을 가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기상황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조선산업을 비롯해, 산업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위기상황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자동차산업에서 특히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지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참여와혁신>은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을 진단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참여와혁신>은 이번 기획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지인 울산을 취재해 제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울산 제조업의 위기를 여러 통계 자료들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산업 전문가들은 울산 제조업 위기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 최진혁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을 만났다. 두 명 모두 울산에서, 울산을 조사하고 연구한 베테랑이다. 그들에게 울산 주력 제조업인 자동차산업·조선산업·석유화학산업을 중심으로 위기 진단을 부탁했다.

울산 제조업 진짜 위기인가? 위기라면 위기는 무엇 때문인가?

통계자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전문가들 역시 울산 제조업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이 울산 제조업의 BIG 3인 자동차산업·조선산업·석유화학산업의 위기를 순서대로 말하며 점점 목소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동차산업]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부진과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하는 정책이 맞물려 기존 자동차산업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세계적 흐름, 국가적 흐름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해서 자동차산업의 고용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본다.
기존 자동차의 내연기관 제작에 필요한 인원의 1/3이면 배터리와 같은 친환경차 동력기관을 만든다. 노사갈등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1987년 이후 노사대립으로 갈등 비용이 약 20조 원이다.”

- 최진혁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

“자동차산업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의 침체가 심각하다. 2008년과 2009년에 자동차 해외 생산이 국내 생산을 추월했다.
그러면서 현대자동차가 글로벌소싱을 시작한다. 기존에는 현대자동차가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면 울산에 있는 부품업체와 동반 진출을 했는데 해외 생산이 국내 생산을 능가하면서 품질 수준이 맞는 부품을 현지에서 공급받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게 돼버렸다. 그때부터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수출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상임연구원

기존의 내연기관 중심에서 흔히 말하는 미래차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글로벌소싱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의 영향력이 감소함에 따라 완성차와 부품산업을 가리지 않고 자동차산업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고 크게 정리할 수 있다.

[조선산업]

“2011년 이후 조선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악화됐다.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률, 선박수주 시장점유율 모두 정체 상태이다.
2016년 조선업 위기상황이 가장 큰 기점이다. 그 이후로 쭉 업황이 악화됐다. 노사대립으로 높은 갈등비용 역시 한 몫 한다.”

- 최진혁 울상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

“조선산업의 경우 특히 해양플랜트에서 문제가 많다. 기존의 조선산업이 한 차례 위기를 맞고 해양플랜트가 제2의 조선산업이 될 것처럼 생각해 해양플랜트를 많이 수주했다.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은 도크에서 배 만드는 것이다. 개념설계나 배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보는 시운전과 감리는 약하다.
그런데 당시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를 설계에서부터 시운전까지 우리가 다 하는 형태로 수주했다. 한 가지 더 말하면, 기존 조선 부품은 국산화율이 70% 가량인데 해양플랜트는 10% 미만이다.
해양플랜트에 필요한 부품은 거의 외국에서 사들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들이 겹쳐 지금의 조선산업이 위기다. 2000년대 중반과 같은 조선산업 초호황기를 다시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선산업은 2000년대 중반 초호황기를 지나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역전시킬 계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안으로 내세웠던 해양플랜트도 섣부른 결정이었다. 그 결과 조선산업의 위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석유화학산업]

“기존 나프타 생산체제는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석유화학산업이 현재 건재한 것은 맞다. 하지만 4~5년 내에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석유화학 제품들이 천연가스, 셰일가스 등 원가 경쟁력이 높은 원자재로 생산시스템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같은 석유화학산업 경쟁국이나 수출대상국이 엄청난 규모로 설비를 확대해 공급시장의 자급능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고부가가치의 기술력도 추월당하고 있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 최진혁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

“우리나라가 2000년대 초반에 석유화학의 과잉생산으로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중국이라는 변수가 생겨 고비를 넘겼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과잉생산 제품을 받아줬기 때문이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은 호황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0년 정도 유지되고 있는 호황 사이클이 몇 년 후에 무너질 위험성이 크다. 이미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범용제품, PVC 계열(합성수지 관련) 제품과 PX 계열(화섬원료 관련) 제품을 중국이 급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지금 당장은 석유화학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 이유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자발적 M&A를 하고 있어 대량 생산에 따른 평균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실례로 삼성정밀이 시장에서 정리를 하고 그 부분을 롯데가 흡수했다.
그렇기에 공장가동률이나 효율성이 아직까지 세계 상위 수준이다. 그리고 아직 공장가동률이나 효율성 부분은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다. 물론 당분간이다. 중국이 석유화학산업에서 맹추격을 하고 있고 정밀화학제품도 추격한다면 그 때는 정말 석유화학산업 업황도 저점을 찍을 확률이 높다.”

-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상임연구원

울산 제조업 위기가 울산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울산의 평균 성장률이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15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조선산업 위기가 오고 난 후 울산 동구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고, 주택 매매가도 하락했다. 울산 북구도 마찬가지다. 동구부터 시작한 소비침체가 북구로 이어지고 울산 전체로 퍼지고 있다.”

- 최진혁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

“현대중공업을 가보면 바닷가 쪽으로 중공업이 있고 길 건너편에는 상권이나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다. 공장에서 길 하나 건너면 현대중공업 사람들이 소비하는 공간이 있고 현대중공업을 바라보며 장사나 부동산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소비가 침체되니 상권이 죽었고 아파트 가격을 떨어지고 원룸은 텅텅 비고 있다. 그러니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대형마트 같은 경우 북구에 자리하고 있는데, 영향을 받아 매출액이 떨어지고 있다. 백화점 매출액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의 영향력도 엄청나다. 현대자동차의 전후방 산업을 모두 따지면 거기에 속한 노동자가 20~30만 명으로 집계된다. 이 사람들의 경제 사정이 안 좋으면 울산 지역의 경제 사정은 어떻겠는가?”

-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상임연구원

울산 제조업의 위기는 울산 경제의 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울산 제조업의 위기는 울산이라는 공동체를 위협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지역 경제 활동이 침체되면서 도시가 점점 생기를 잃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 제조업에 대한, 울산의 산업 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