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나운서까지 등장한 세상
AI 아나운서까지 등장한 세상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5.03 07:21
  • 수정 2019.05.03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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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면 ‘인간의 영역’ 찾아내야

[리포트] 기계와 인간의 노동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노동을 어디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중국 방송에선 AI 아나운서까지 등장했다. 한편, 기술은 우리네 일상에서도 이미 인간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2015년부터 직업이 미래에 로봇으로 대체할 확률을 알려주는 사이트(Will a robot take your job?)를 제공하고 있다. 내 직업이 로봇으로 대체될 확률이 궁금하다면 재미 삼아 해보자.

중국 신화통신 세계 최초 여성 AI 뉴스 앵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중국 신화통신 세계 최초 여성 AI 뉴스 앵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아직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중국 관영 통신사 신화통신은 세계 최초로 AI 남성 아나운서를 공개했다. 올해 2월엔 여성 아나운서도 선보였다. 여성 아나운서는 중국 언론인 ‘취 멍’을 본 따 제작됐는데, 자연스러운 말투와 여유 있는 표정에 인간 아나운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치지 않는’ 아나운서는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방송에 투입할 수 있어서 당시 신화통신도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AI 아나운서는 지난해부터 약 3,400여 건의 보도를 맡아왔다.

AI 아나운서의 등장에 대해 이영호 KBS 아나운서는 “실제 아나운서처럼 자연스러운 진행에 사실 많이 놀랐다”면서 “아나운서 사이에서도 농담처럼 ‘이제 일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영호 아나운서는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더욱더 실제에 가까운 아나운서들이 등장하면 자연스레 위기감도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계도 분명할 것”이라면서 인간 아나운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미래에는 AI와 인간이 상생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아나운서는 “이를테면, AI 아나운서는 인간 아나운서가 감당하기 힘든 심야 시간대나 갑작스럽게 속보를 전해야 하는 경우에 진행을 맡는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기계가 블루칼라의 몰락을 가져왔다면, AI는 화이트칼라의 몰락을 예고하는지도 모르겠다. 상생하지 못하면 영화 <터미네이터>가 예고한 종말이 빠르게 올지 모른다”며 다소 장난스럽게 전망하기도 했다.

편리? 불편?

그렇다면, 아직(?)은 인간의 모습이 아닌 종업원(키오스크·무인 결제 시스템)을 보며 동료들이 느끼는 생각은 어떨까? 물론, 아직 키오스크가 할 수 있는 업무는 주문을 받고 결제를 하는 정도. 영화관이나 주차장, 지하철역 등에서는 이미 대중화 된 지 오래지만, 최근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도 도입이 크게 느는 추세다. 주문결제용 키오스크 평균가격은 대당 300만~700만 원 수준. 업계에 따르면, 키오스크 1대 도입으로 종업원 1.5명 정도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나 국수집 같은 작은 매장에서는 키오스크 1대 정도를, 패스트푸드점 등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에서는 2~3대씩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저가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 키오스크 1대와 단둘이 일한다는 김지영 씨(가명·24)는 “주문이 알아서 들어오니까 편리하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결제를 수정할 때 직접 나서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키오스크가 확산하는 추세에 대해서도 “손님도 종업원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서로 편한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씨는 “키오스크로 (고용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이정훈 씨(가명·35)는 키오스크로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키오스크가 생기면서 주문이 엄청나게 늘었다. 햄버거를 만드는 직원들은 카운터에서 들어오는 주문과 키오스크에서 들어오는 주문 모두를 소화해야 한다. 기계라 속도 조절도 안 된다”면서 “영수증 종이가 떨어지면 갈아줘야 하고, 고장도 잘 나서 수시로 점검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흔히 키오스크가 종업원의 노동을 대체한다고 하는데, 손님들이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쩔쩔매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키오스크가 손님들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문가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욱더 강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토머스 데이븐포트와 줄리아 커비는 <AI 시대 인간과 일>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상실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그 대책으로 ‘증강’을 제안했다. 기계가 인간이 부족한 점을 찾아 일터에서 몰아내는 것이 ‘자동화’의 개념이라면 ‘증강’은 반대로 인간의 약점이나 한계를 찾아 보완하고 상대적 강점을 찾아내 강화하고 활용하는 개념이다. 두 저자는 책에서 “대다수 인간은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많은 방면에서 증강을 선택할 것”이라며 “인간과 기계가 이루는 화합은 단순히 노동의 분할을 넘어 가치의 증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간은 기계보다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나? 앞으론 인간에 대한 SWOT분석(기업이 내부의 강점과 약점, 외부의 기회와 위협 요인을 찾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