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또다시 봄
[최은혜의 온기] 또다시 봄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5.07 10:09
  • 수정 2019.05.07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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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또다시 봄입니다. 물론 이미 날씨는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에 다다랐지만 사방에 꽃이 펴 알록달록 자연의 색을 뽐내는 걸 보면 봄이 오긴 했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제가 봄을 가장 실감하는 때는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것을 볼 때입니다. 그중 우리네 식탁에 빠짐없이 올라오는 쌀, 벼농사를 준비할 때면 해가 지나 봄을 맞이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낍니다.

며칠 전엔 본가에 내려가 볍씨를 모판에 뿌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인근의 고모댁은 벌써 하루 전에 일을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저희 집은 물론, 앞집도 온 가족이 모여 볍씨를 뿌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용하던 농가가 농번기(農繁期)를 맞아 활력을 찾은 듯 했습니다.

이런 농작물이 우리네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농민이 재배한 농작물은 보통 농협을 거쳐 전국으로 유통돼 우리의 식탁에 오릅니다. 농협은 농민에겐 판로를, 가정에는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인 것입니다.

지난 4월, 농협과 농협에서 식자재 운반을 담당하는 지입기사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갈등이 불거진 안성센터 앞에서 노숙농성을 했던 지입기사들은 농협중앙회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농협 역시 급식 납품용 식자재를 안성이 아닌 별도의 센터에서 취급하고 대체 기사를 고용하는 등의 대응으로 둘 사이엔 한겨울 칼바람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랬던 농협과 지입기사들 사이에 봄바람처럼 따뜻한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드디어 농협과 지입기사들이 한 달 동안 지속된 갈등의 매듭을 풀고 합의에 이른 것입니다. 농협은 화물연대 소속 지입기사에 대한 재계약과 운송료 인상을, 지입기사들은 농성 해제를 약속하며 밝은 모습으로 함께 합의안을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봄의 전령인 벚꽃이 질 정도로 봄은 무르익었습니다. 그렇지만 농협과 지입기사들은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보내고 이제야 새싹을 틔우는 초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초봄의 새싹이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꽃을 피우듯, 농협과 지입기사들 역시 완연한 봄기운을 맞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농촌은 더욱 바빠질 것입니다. 그에 발맞춰 농협과 지입기사들이 할 일도 많아질 것입니다. 농협과 지입기사들의 봄이 계속 돼 농촌은 언제나 따뜻한 마음의 먹거리를 제공하고 또 가정은 농촌이 생산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