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 도래, 금융노동자 일자리는?
핀테크 시대 도래, 금융노동자 일자리는?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5.07 16:02
  • 수정 2019.05.07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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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 노조, 전략적 접근 필요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지인에게 급하게 돈을 송금해야 할 때나 새로운 계좌를 계설할 때 더 이상 은행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는 물론이고, 보험, 증권 거래까지 가능해지고 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김현정)과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은 7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핀테크 산업 확대와 사회적 대응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5대(은행, 생보, 손보, 증권, 카드) 금융권의 당기순이익은 3배 이상 확대됐지만 고용자 규모는 감소했다”며 “금융 산업의 고용감소 압력을 더 이상 개별 사업장 교섭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노동계와 정부, 기업이 함께 필요한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장과 정청천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황 원장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내 손안의 금융시스템이 확산되면서 핀테크는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며 “이미 발전된 핀테크를 노조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는 디지털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고, IT전문회사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해 나가는 전략을 통해 핀테크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존 상업은행의 일자리 수는 감소한 반면 특수 및 신규은행 일자리가 증가해 일자리 수가 크게 줄었다기 보다는 이동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핀테크 산업을 이끄는 주요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금융업에 강력한 산별노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면서도 “이윤이 아닌 노동 중심의 신기술 도입 모범사례를 구축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청천 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핀테크 확산에 따라 해외 주요 국가(미국, 독일, 일본 등)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조사를 진행했다. 미국은 핀테크 투자 세계 1위이며, 실리콘밸리와 뉴욕 월가를 중심으로 IT 기업과 글로벌 금융기업이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은 스타트기업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 확대, 인슈어테크 사업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아마존과 구글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이 빅테크(Big Tech)에도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고 있어 핀테크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 : 로봇과 투자 전문가의 합성어로, 모바일 기기 혹은 컴퓨터를 이용해 자산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서비스
*인슈어테크 :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의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기존 보험 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

하지만, 정 연구위원은 발전하는 산업에 비해 노조의 대응은 아쉽다고 밝혔다. “미국 노총은 지난 2017년 ‘일과 노동조합의 미래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금융업 노조조직률은 1.1%에 불과해 산별 노조의 대응은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날 좌장을 맡은 정승일 사무금융노조 정책연구소장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현재 금융업 업무는 정형화돼 있고 창의적이지 않다”며 “한국 고유의 노사관계 속에서 어떻게 노동 운동의 미래를 만들어낼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