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분할 두고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 격화
법인분할 두고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 격화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5.08 16:22
  • 수정 2019.05.08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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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오는 31일 법인분할 주주총회 저지에 총력”… 한국조선해양 서울 이전 소식에 울산은 ‘술렁’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8일 오전 11시 30분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저지와 노동자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금속노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8일 오전 11시 30분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저지와 노동자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금속노조

오는 31일 열릴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주주총회 강행에 맞서 법인분할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박근태, 이하 현대중공업지부)는 8일 오전 11시 30분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현대중공업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인분할을 강행하는 현대중공업 사측에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을 투자부문(존속법인,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과 사업부문(신설법인)으로 물적분할한 후,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산하에 ▲현대중공업 사업부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까지 4개 조선사를 거느릴 방침이다. 이를 결정하기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31일에 예정되어 있다.

이를 두고 현대중공업지부는 법인분할 이후 신설법인으로의 단체협약 승계, 상시적 고용불안, 현대중공업 본사 서울 이전, 이윤 이전으로 인한 분배구조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인분할을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회사는 신설법인으로 노동조건은 승계한다고 하면서 단체협약 전체에 대한 승계언급은 없다”며 회사가 기존 단체협약을 비롯한 노사 합의를 승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설법인이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전락되기 때문에 경영 상황을 빌미로 한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회사는 “물적분할로 현대중공업이 신설법인이 되더라도 ‘그룹의 핵심 계열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존 근로조건 전체는 그대로 승계될 것이며, 노사가 2018년 단체교섭에서 합의한 것처럼 올해 고용을 유지하고 담화문을 통해 수차례 밝혔듯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서울 종로구 현대중공업 사옥에 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울산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오랜 시간 향토기업으로 존재했던 현대중공업이 본사 기능을 상실하면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7일 담화문을 내고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타 지역 이전은 간신히 조선산업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동구지역 주민들과 울산시민들에게 심리적 저항과 불안감을 불러 올 것”이라며 “한국조선해양은 반드시 울산에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노조 역시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이전하면 사실상 본사 서울 이전이므로 법인세 지방세분이 대폭 줄어드는 등 기업의 지역사회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본사 위치를 두고 현대중공업의 본사 이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에 소속되는 인력은 현재 현대중공업 전체 인력 1만5,000여 명 중 500여 명 수준이며, 그중 울산에서 타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인원은 100여 명 정도에 불과해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도 과도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은 법인분할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는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반드시 막아낼 것을 강조하며, 오는 16일에는 전 조합원 부분파업, 오는 30일에는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일 상견례를 가지고 올해 단체교섭 시작을 알렸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지부는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금 최소 250% 보장 등이 담긴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