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40년 가까이 이어진 아픔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40년 가까이 이어진 아픔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5.09 10:49
  • 수정 2019.05.09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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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노동현장을 1년 정도 찾아다니다보면, 익숙해지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노동가요입니다. 노동가요를 처음 접했을 때는 그저 시끄럽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나니 차츰 멜로디가 익숙해지기 시작하더니 가사들이 귀에 박히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가사를 읊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곤 합니다.

노래의 힘이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개개인으로만 있던 사람들을 하나로 묶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학교에서 운동회를 할 때 보면 학생들이 모여 힘차게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더라도 노래가 강력한 결속력을 보여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지난 3월, <참여와혁신> 4월호 취재를 위해 광주에 출장을 갔을 때 일입니다.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남아 광주시청에서 취재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멜로디에 ‘노동가요’구나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하고 있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다시 일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익숙한 멜로디는 계속해서 들려왔습니다. 1시간이 넘게 기자회견을 할 리가 없을 텐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가사를 주의 깊게 들어보았습니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님을 위한 행진곡’이었습니다.

노동현장에서 익숙한 이 노래가 광주시청에서 버젓이 흘러나오다니, 신기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시청에서 이렇게 노래가 나올 만큼 광주 시민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깊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당시 인터뷰를 했던 한 취재원은 1980년 5월의 일은 광주의 모든 사람들이 아픔을 안고 있다고 했습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당시 받은 충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 수도 굉장히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5.18 광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에서는 의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년이면 40주년을 맞이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더 이상 그 의미가 훼손되지 않고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광주 시민들의 상처도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