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실태는?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실태는?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5.09 16:29
  • 수정 2019.05.0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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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노동자부터 공무원까지, 그들이 말하는 솔직한 이야기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2018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OECD 35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의 임신·출산휴가에 대한 지원이 다양해지고, 주요 기업들에서도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9일 오후 한국노총 6층 소회의실에서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을 위한 현장 정책제언 집담회’를 열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생활 균형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최미영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대기업들은 모범을 보이며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열악한 현장에서 일·가정 양립이 얼마나 실현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이번 집담회를 통해 장시간 근로를 타파하고, 효율적인 근무를 통해 일의 능률도 올리고 내 생활도 지킬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날 집담회에는 제조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부터 공무원까치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에는 2017년 기준 육아휴직을 처음 사용한 여성들의 경우 46.2%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한다고 밝혔다. 반면, 100~299인 사업장은 12.9%, 99~10인 사업장은 24.6%, 1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16.2%로 나타났다.

참석한 조합원들은 육아휴직 제도를 쓰는 것에 대해 거부하는 분위기는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조합원 A씨는 “예전에는 출산휴가를 간다고 해도 돈을 안 주는 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노조에서 많은 역할을 해 준 덕분에 유급 출산휴가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출산과 관련해 휴직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휴직을 한다고 해서 그만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인 조합원 B씨도 사회적 분위기 변화에 동의했다. “육아휴직을 불허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휴직을 사용해 승진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복직할 때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한 시간 이상 거리가 떨어진 곳에 배정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화학 산업에서 일하는 조합원 C씨도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일하던 남자 조합원이 복직을 하려하자 자리가 없다며 서울로 발령을 내고 아무런 일도 주지 않고 5개월 동안 방치했다”며 “승진상 불이익이 우려돼 문제를 제기하지도 못 하고 참다가 소송을 했는데, (사측이)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섬유 산업에서 일하는 조합원 D씨는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복직을 한 달 앞두고 사표를 내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퇴사 이유를 들어보니 장시간 아이를 돌봐 줄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아이 돌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우자인 남성들은 육아휴직을 잘 활용하고 있을까. 남성 조합원 E씨는 “보통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대체인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 업무가 아닌 경우에는 대체인력을 사용하기도 어렵다”면서 “부서원들의 업무가 과중되는 것이 미안해서 육아휴직을 생각하다가도 접게 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측량업에 종사하고 있는 조합원 F씨는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못 가고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부장이나 팀장 등 상급자들이 압박을 하기 때문”이라며 “위에서부터 제대로 인식을 잡아야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쓰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공무원인 조합원 B씨는 “1년 동안 너무 많은 정책들이 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휴직을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된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성 조합원 E씨는 “남성들이 맘 편히 육아휴직을 쓰지 못 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실제로 아내는 오후에 출근을 해서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나눴는데 효과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가진 근로자가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