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화문에 모인 수자원공사 점검정비노동자들
다시 광화문에 모인 수자원공사 점검정비노동자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5.11 17:48
  • 수정 2019.05.11 17:48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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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겼던 20년을 자회사로 돌려놔라!”
정규직 전환 요구 2차 총력투쟁 결의대회
수자원공사에서 점검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1,500여명이 광화문광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2차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수자원공사에서 점검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1,500여 명이 광화문광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2차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전국에서 수자원공사의 댐과 보, 시설 점검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다시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이번에는 가족들까지 1,500여 명의 인원이 운집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수자원기술주식회사노동조합(위원장 이천복, 이하 수기주노조)은 11일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점검정비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 촉구를 위한 2차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모인 노동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자회사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이천복 수기주노조 위원장은 “2001년 공단을 청산할 때는 단순업무라며 용역노동자로 만들더니 이제와서 고도의 전문성 업무라며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제외됐다”며 “수자원공사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오분류 대상 점검지시도 무시한 채 공공기관의 의무를 저버리며 정부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단계 사무 오분류를 인정하고 조속히 노사전협의체 구성해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자회사로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며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든 조합원이 자회사 전환을 통한 정규직 쟁취를 이뤄낼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정일 수기주노조 금강남부권지부 수석지부장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이정일 수기주노조 금강남부권지부 수석지부장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어린 자녀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이정일 수기주노조 금강남부권지부 수석지부장은 “오늘도 수자원공사의 요청에 의해 사업소에서 긴급복구 대기를 하고 있는 동지들이 있다”며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생존권 사수 집회를 하는 도중에도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현실을 전했다. 이어 “상시 대기로 가족들에게 부족한 아빠이자 부족한 남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안정을 쟁취해 국가기반시설의 효율적인 유지관리와 가정의 안녕만을 신경쓰는 직장을 만들고 싶다”고 호소했다.

수자원공사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이끌고 있는 강호민 법무법인 오월의 변호사는 “수자원공사는 상세한 업무실시계획서와 업무기준서를 통해 직접 수기주 노동자들에게 업무상 지휘 명령권을 행사했다”며 “수자원공사 직원이 동일한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수기주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감독했다”고 말했다. 또한 “수자원공사의 승인 없이는 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장갑 하나를 구매할 때도 견적서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수자원공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면서 “수자원공사의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수자원공사의 봉사활동에도 참석하는 등 사실상 위장도급, 불법파견의 형태로 국민의 생명·안전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수기주노조의 상급단체인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은 “새벽에 잠도 안 깬 애들을 업고, 안고 광화문까지 새벽밥을 먹고 오느라 고생 많았다”며 “수자원공사가 소모적인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자원공사가 대통령의 지침을 외면하며 공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아는지 의문”이라며 “5월의 좋은 날 이렇게 세종로에 온 것이 안타깝지만 정규직 전환을 쟁취해 가을에는 모두 이렇게 모여 단풍놀이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용식 수기주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오미숙 수기주노조 사무국장이 삭발을 통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미숙 사무국장과 일부 간부들이 눈물을 흘렸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김용식 수기주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오미숙 수기주노조 사무국장이 삭발을 통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미숙 사무국장과 일부 간부들이 눈물을 흘렸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이날 결의대회에서 김용식 수기주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오미숙 수기주노조 사무국장은 삭발을 통해 정규직 전환의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오미숙 사무국장과 오미숙 사무국장의 머리를 밀어주던 노조 간부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수기주노조는 결의대회를 통해 수자원공사에 ▲점검정비노동자의 1단계 전환 대상 인정 ▲노사전협의체 즉각 구성 ▲점검정비노동자 전원 정규직 전환 즉각 이행을 요구했다. 광화문광장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수기주노조는 청와대로 행진해 다시 한 번 청와대에 정규직 전환 요구를 담은 서한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수자원공사는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4월 30일까지 요청했던 정규직 전환 입장과 관련해서 수기주노조 소속 3개사는 정규직 전환을, 와텍과 부경은 정규직 전환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며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수자원공사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1단계 해당인지 3단계 해당인지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거나 3단계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면 직고용이나 자회사 전환, 처우개선 등으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일단 2개사가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3단계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수기주노조측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과 관련해서는 “파견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소송이 진행 중이기에 길게 답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수기주노조는 지난 1일, 세종정부청사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앞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 결의대회 진행과 서한문 전달을 한 바 있으며 이달 25일 광화문에서 3차 총력투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