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집배원 과로사에 노조 "총파업 불사"
연이은 집배원 과로사에 노조 "총파업 불사"
  • 김란영 기자,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5.14 17:40
  • 수정 2019.05.14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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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노조, 토요배달 폐지·우정사업본부장 퇴진 요구
집배노조, 인력충원·특별근로감독 촉구
ⓒ 전국우정노동조합
ⓒ 전국우정노동조합

우체국 집배원 3명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노조가 전면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13일 새벽 공주우체국 무기계약직 집배원 이모 씨(34)가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고, 이 씨가 사망하기 하루 전날인 12일에도 집배원 두 명이 각각 심장마비와 백혈병으로 숨을 거뒀다. 심정지는 전형적인 집배원 과로사 유형으로 알려졌다. 특히 13일 사망한 이 씨는 지난해 12월 세종우체국 정규직 채용 응모에 탈락했지만, 올해는 7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 컸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강력한 투쟁을 선언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 이동호, 이하 우정노조)은 14일 성명을 내고 "우정사업본부는 노사정이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객관적인 연구 끝에 '집배원의 연이은 과로사, 사망사고 등을 근절하려면 2,000명 인력증원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면서 "경영위기 미명 하에 인력증원은커녕 오히려 집배원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하고 있다"고 우정사업본부를 비난했다.

우정노조는 또 "우정사업본부는 추진단의 권고안을 수용키로 노조와 합의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도 불이행하며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고 비판하고 "이 시간부터 전면투쟁에 돌입하는 바이며, 우정사업 역사상 처음으로 총파업도 불사할 것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우정노조는 ▲과로사 근절을 위한 집배원 2,000명 인력증원 ▲집배원 토요배달 폐지로 완전한 주5일제 실현 ▲경영위기 책임전가 우정사업본부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14일 9개 지방본부 위원장들과 투쟁 결의문을 만들고 다음 날인 15일부터 1인 시위 투쟁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며 "쟁의조정 이후에도 우정사업본부가 협의가 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현재 우정사업본부는 적자상태이기 때문에 노사 간 합의한 내용 주5일 근무와 인력 충원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만 정부에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5월 1일부터 우편 요금을 올린 바 있다"며 "우정업본부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 한다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위원장 최승묵, 이하 집배노조)도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과 함께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인력충원과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집배노조는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도입하면서도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아 집배원들의 노동 강도가 극심하게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매년 4,000~5,000억 원 흑자를 내는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사업이 적자가 난다는 이유로 인건비를 줄여서 현업직인 집배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과로와 안전사고로 사망한 집배원은 모두 25명. 이는 2010년 이후 최대 수치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최근 집배원들의 노동조건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라면서 “우정사업본부가 비용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초과근무 예산을 반토막 냈고, 인력증원 없이 올해 모든 우체국의 초과근무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연히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무료 노동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한편, 익명을 요구한 우정사업본부 인력 담당자는 “최근 3년 간 집배원 인력을 1,700명 증원했고, 작년에만 1,112명을 증원했다”며 “‘우정사업본부가 인력을 증원하지 않았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노동조건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인력 증원으로 집배원 1인 당 업무량과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편업무의 오랜 적자에도 불구하고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증원을 해왔다. 계속적인 인력 증원으로 재정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필요하다면, 재정 상황 고려해 증원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