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거절과 친해지기
[이동희의 노크노크] 거절과 친해지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5.17 17:17
  • 수정 2019.05.17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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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ro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roplus.co.kr

일을 하다보면 거절과 마주칠 때가 많다.

칼럼에는 있어 보이는 척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이라고 써놨지만, ‘기자의 일은 거절에 익숙해지는 일’ 또는 ‘기자의 일은 거절과 친해지는 일’이라고 바꿔도 될 정도다. 거절 중 열에 아홉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맞닥뜨린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거절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거절을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종종 인터뷰보다 인터뷰 요청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 중에서 ‘진정한 거절체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시민 인터뷰를 추천한다. 주변에 일절 관심을 두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을 멈춰 세우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순간, 셀 수 없이 많은 거절이 돌아온다.

나에게도 거절로 얼룩진 시민 인터뷰의 추억이 있다. 2018년 <참여와혁신> 2월호 민주노총 특집(‘안녕? 스물두 살 민주노총’)을 준비했을 때다. 기차역 대합실, 대학가, 대형서점 등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에서 마주친 시민들에게 민주노총을 아냐고, 민주노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많은 시민들이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옮겼다. 거절이 계속될수록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그만두고 싶고, 도망가고 싶었다. 누가 인터뷰를 잘 해주게 생겼나(?) 살피게 되고, 말을 걸기도 전에 거절당할까봐 지레 겁을 먹었다. 애초 20명을 목표로 했던 인터뷰는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겨우 10명을 채웠다.

<거절당하기 연습>의 저자 지아 장은 거절의 두려움을 이겨낸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며 유명해졌다. 그의 ‘100일간 거절당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한 테드 강연은 등록된 지 한 달 만에 조회 수 100만을 넘겼으며, 수많은 언론매체에서 그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100달러 빌리기, 햄버거 리필하기 등 스스로 작성한 100가지 리스트를 실행에 옮기며 거절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지아 장은 거절이 두려워 더 시도해보지 않고 포기해버리면 '아니오'를 '네'로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으며, 그 결과 거절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거절하고도 지금은 많이 가까워졌다. 거절은 거절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조금 더 끈질기게 굴어보기도 하고, 거절에 당황하지 않고 “다음 번에는 꼭 해주셔야 돼요~”라며 너스레도 떨 수 있게 됐다. 거절이든, 승낙이든, 내가 시도하는 하나하나가 모이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지금은 안다. 물론, 거절과 아무리 친해져도 절친한 사이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