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영의 콕콕] 정말 필요한 것은 '세대' 아닌 '직장' 분석
[김란영의 콕콕] 정말 필요한 것은 '세대' 아닌 '직장' 분석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5.20 16:46
  • 수정 2019.05.20 16: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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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은 야무지게 자꾸 찌르는 모양을 뜻하는 의태어입니다.
상식과 관행들에 물음표를 던져 콕콕 찔러보려 합니다.
ⓒ 김란영 기자
ⓒ 김란영 기자

기자는 소위 198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다. 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불합리한 회사의 업무 관행들에 논리와 법으로 접근’하고,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우선시’하며, ‘직장 밖에서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그래서 이들은 ‘직장에 불만이 있더라도 꾹 참고 다녔던 윗세대와 다르게, 필요하면 퇴사라는 선택도 피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세대’가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20대를 분석하는 책들과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감사하게도’, 사회적 관심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90년생이 온다>(임홍택)는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최근 직장 내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과 해법을 모색한 <한겨레> 기사는 약 1,600여 건 공유가 됐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밀레니얼 세대를 두고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신인류가 직장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정도로까지 표현하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도대체 밀레니얼 세대가 뭐길래?

“역시, 밀레니얼 세대들은 참을성이 없고, 자기 밖에 몰라”, “재영 씨는 민지 씨처럼 밀레니얼 세대인데, 어쩜 이렇게 민지 씨랑 달라요?” 실제로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한 지인이 상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특정 세대를 보다 편리하게 이해하기 위한 ‘규정’이 윗세대에 의해 ‘단정’과 ‘편견’으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너는 소심해서 A형인 줄 알았다'는 식인데, 당연히 상대는 일방적인 단정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세대 규정의 기준에 있다. 일반적으로 세대를 규정하는 주체는 세대 당사자기이보다 기존 세대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규정의 기준도 기존 세대들의 관점, ‘정답’에서 나온다. 그래서 신세대들의 선택은 기존 세대의 관점에서 '오답'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덕분에 밀레니얼 세대에게 '우리 때'는 '지금'인데도, 이들에게 '좋은 때'는 기존 세대의 시기로 소환돼야만 한다. 그렇다면, 기존 세대는 이전 세대가 그들과 꼭 같은 청춘을 보내야만,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또한 이러한 세대 규정은 세대 간의 갈등을 부각할 뿐, 정작 필요한 논의는 소외시킨다. 아무리 '겁이 없다'고 하는 밀레니얼 세대라고 해도 직장 내에서 이들은 명백한 ‘을’이다. 언론 등에선 이들의 퇴사를 마치 불합리에 저항하다 내린 적극적인 행위로 해석하지만, 오히려 무기력이란 속성에 가까울지 모른다. 일부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퇴사 후 다시 마주해야 하는 취업 시장은 결코 반가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다음 직장이 용기 내 때려치운 직장보다 나을 거란 보장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퇴사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따라서 우리가 공부해야 할 대상은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가는 신세대 자체가 돼선 안 된다. 대신,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린 군대식 직장 문화, 통제할 수 없는 다름에 쩔쩔매는 소통의 무능을 마주해야 한다. 그간 자본의 권력으로 노동자 개인의 삶과 개성을 회사 안팎 구분 없이 통제해온 역사가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이를 거부하는 신세대가 왜 ‘특별하게’ 규정돼야만 하는가?

직장 내 민주주의. <88만원 세대> 우석훈 박사가 던진 화두를 다시금 끄집어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