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어떤 풀꽃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어떤 풀꽃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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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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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 ‘수험생’으로 불리는 이들은 학생이지만 학생이 아닌, 의식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기계 정도로 규정되곤 했습니다. 저 역시도 수험생이었던 때를 지났습니다. 무조건 공부를 해야 했고, 안 하면 의무를 저 버리는 것 같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만 했던 시기였습니다.

오로지 ‘대학’ 하나만을 목표로 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던 저에게 힘이 돼주었던 것은 하나의 드라마였습니다. 드라마 속 배경은 학교였습니다. 당연히 주인공들도 학생들이었겠죠. 드라마 <학교 2013>입니다.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어 소개합니다.

보통의 학생들과 달리 사고능력이 부족했던 한 학생이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주인공이었던 ‘고남순’은 그 학생을 위해 하나의 시를 읊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입니다. 길거리에 흔한 풀꽃도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죠.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의미에서 주인공은 그 학생에게 시를 읊어주었던 것이죠. 이 장면으로 인해 한 동안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는 교실 또는 누군가의 책상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를 하면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매일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면서 그 관계가 깊어지곤 하죠. 가깝지만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 한다는 건 기자가 안고 있는 고민입니다.

데면데면 하던 사람들과 자리를 갖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는 게 사람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기자’를 하고 나서 느끼는 큰 즐거움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기자의 일이란 단순히 글을 쓰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 또 그 속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나’라는 ‘기자’를 상대방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기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이죠.

그래서 저는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상대방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내가 상대방을 어떤 ‘풀꽃’으로 기억할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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