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배원들 “정부가 죽음 막아달라”
우체국 집배원들 “정부가 죽음 막아달라”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5.23 18:15
  • 수정 2019.05.2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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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 인력 증원, 정부 지원 불가피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함께 웃으며…” 고(故) 이은장 집배원과 함께 일했다는 서근원 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좌절감, 상실감에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서 씨는 청와대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더 이상 동료를 잃지 않도록, 집배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간곡히 부탁했다.

지난 13일 충남 공주우체국 집배원이 돌연사로 숨진 것과 관련해, 집배원들이 정부와 우정사업본부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 이동호, 이하 우정노조)은 오늘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집배원들의 이어지는 죽음을 막기 위해선 집배원 인력을 증원하고 완전한 주5일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올해 안으로 집배원 1,000명을 증원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강성주, 이하 우본)가 최근 ‘적자’를 근거로 “당장 증원이 어렵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정부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우본은 집배원들의 과로사와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집배원 인력이 2,000명 더 필요하다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하 추진단)’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9년에 우선적으로 집배원 1,000명을 증원한 뒤 나머지 1,000명은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이동호 위원장은 “올해만 집배원 8명이 죽음으로 내몰렸고, 집배원 2명이 과로로 의식을 잃은 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지만 우본은 복지부동"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노사합의사항을 이행하든지 아니면 본부장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말했다. 이어 "교섭이 결렬 될 시 우정노조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다"면서 “총파업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물류 대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함께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도 “노동자와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우본 본부장은 당장 각성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조는 정부가 금융사업에서 난 이익금을 우본이 사용할 수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본은 우편사업과 금융사업이 별도의 특별회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금융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의 상당 부분을 정부의 일반회계로 전출하고 있어서 우편사업에서 난 적자를 충분하게 메우는 등 주도적인 재정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집회에는 우정노조 8개 지역 본부에서 올라온 위원장 및 조합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를 마친 노조는 집배원 인력 증원을 요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광화문광장까지 가두 행진을 이어갔다.

한편,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재정상황 호전 시 집배원 인력을 증원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혔다. 
 

ⓒ 전국우정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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