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정책, 처음처럼만 했어도...앞으로는 어떻게?
정부 노동정책, 처음처럼만 했어도...앞으로는 어떻게?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5.29 15:48
  • 수정 2019.05.29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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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토론회서 2년차부터 후퇴 비판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간 정부가 추진 해온 노동 및 노사관계 정책을 평가하고 노동조합의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주영, 이하 한국노총)은 27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이용득, 김경협, 어기구,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토론회를 열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기대와 지지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중반기를 넘어선 지금,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파행,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 연장 등 현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정책들이 좌절되고 있다는데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며 “그럴수록 우리는 어떤 지점에서 정책이 어긋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건 및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 제도는 무엇인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토론회를 개최한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제를 진행했다.

종합토론에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 본부장,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문은영 워라밸리서치 소장, 이덕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출범 이후 다소 후퇴하는 모양을 보인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남은 국정 운영 기간 동안 초기에 내세운 공약을 이뤄내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후퇴? 재전진 필요해

□ 2018년 최저임금 인상 →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2019년 최저임금 인상 하향 조정, 최저임금 결정기구 개편 시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모두 사퇴

□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 무기계약직,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

□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 대기업 처벌 유예, 탄력적근로시간제 확대 추진

□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 → 파행

“1년 차 때까지만 해도 노동정책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해왔던 정부가 2년차부터 후퇴하기 시작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이렇게 총평했다. 김유선 이사장은 “정부가 변화와 개혁 대신에 현상의 유지를 선택했고, 노동정책의 컨트롤 타워의 부재 또는 왜곡에 따른 결과”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2017년 첫 해와 다르게 2018년 초부터 급격히 노동 개혁을 유지, 관리하는 수준으로 전환한 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관리모드’는 개혁 정책을 일정대로 추진하기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나 인상률 범위조정처럼 속도를 조절하고 강약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며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신속하게 보완한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평가에서부터 ‘일관된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등의 다양한 평가들이 나온다. 정부의 노력 자체를 의심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일차적인 책임은 집권 여당의 전략적 판단 부족, 정책의 실행 능력 부족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약 중 이행보다 미이행 더 많아

이어 정 연구위원은 “공약집을 토대로 한 17개 노동정책 공약사항 중 5개(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성과연봉제 지침 폐지, 산업안전 혁신)가 추진 완료됐고, 나머지는 추진 중(7개)에 있거나 아예 추진이 되지 않고 있다”며 “<비정규직로드맵>, <특수고용 노동3권 보장> 등 미이행 정책 중에는 비정규직과 관련된 정책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선 정부가 원인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국회를 탓하거나 두리뭉실하게 두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추진된 정책보다 추진되지 못한 정책이 훨씬 더 많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주희 교수는 “노사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산별 교섭체계 개편에 있어선 진전된 것이 거의 없다”며 "기존 노동정책에 비해 상당부분 진일보한 것이 사실이지만, 일관성이 부족해 오히려 과정상의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유선 이사장은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2021년이든, 2022년이든, 언제쯤 지킬 수 있다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유선 이사장은 “지난 대선 때 5당 후보 모두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놨다”며 “시기 상의 차이가 있을 뿐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유선 이사장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임금효과를 조사해봤더니 최저임금 수혜자가 552만 명, 임금인상액이 7.2조 원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7.2조 원은 전체 임금 총액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규모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면서 “재정지출의 확대와 소득재분배,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으로 노사관계는?

김유선 이사장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이 내년 상반기까지 노정관계에 있어 핵심적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올해도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민주노총이 참여해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보다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고, 노사 모두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무리하게 합의를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정부가 ‘노동존중사회’와 ‘노동시장 격차 해소’라는 기본 원칙을 집권 후반기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약실현이 불가능할 경우엔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차선의 대안들을 마련하고, 노동조합과 사용자와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며, 사회적 대화를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도구로 활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사회적 대화가 흔들림없이 계속돼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대화를 강조했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노사의 불신과 갈등, 극단적인 대립이 아니라 사회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국가차원에서 지역과 업종, 기업차원까지 사회적 대화나 노사관계의 축이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한국노총이 민주당과 정책연대협약을 맺은지 만 2년이 다 돼 가지만, 협약 이행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면서 “한국노총의 100만 조합원과 2,500만 노동자와의 약속이자 동맹의 상징인 정책연대협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덕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노사 모두에게 긴급하고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러한 긴장 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이덕재 수석전문위원은 “결국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민주적 다원주의 사회에서 핵심적인 노동 현안을 누가 대표할 것인가란 사회적 대화의 대표성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사회적 대화기구가 그 자체로 대표성을 띠기 전까지는 국회를 보완하는 자문과 노사 사회적 대화 기구를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