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예정대로 주총 통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예정대로 주총 통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5.31 17:26
  • 수정 2019.06.03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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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사,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물적분할 이후 남은 절차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단추인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안건이 예정대로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노조가 지난 27일부터 애초 주주총회 장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둘러싸고 점거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이 심해지자 당일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해 안건을 통과시켰다.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되면서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을 투자부문(존속법인,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과 사업부문(신설법인)으로 물적분할한 후,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산하에 ▲현대중공업 사업부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거느리게 됐다. 여기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 지으면 대우조선해양까지 4개 조선사를 거느리게 된다.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당일 주주총회 장소가 변경돼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된 것을 두고 “절차위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주총회 장소를 당일 갑작스럽게 변경해 주주들의 참석을 보장하지 못한 주주총회는 적법하지 않고, 위법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안건역시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당초 개회시간을 이미 경과한 이후에야 당초에 통지했던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개최시간도 최초 통지와 달리 11시 10분으로 변경했다”며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주총회는 결코 적법하다고 볼 수 없고, 위법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번 주주총회와 회사분할은 중대한 절차위법으로 무효로 봄이 합당하다”며 주주총회 원천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31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로 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 현대중공업은 당일 주주총회 장소를 변경해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 금속노조
31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로 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 현대중공업은 당일 주주총회 장소를 변경해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 금속노조

물적분할이 뭐길래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3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위해서는 물적분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로 두는 현금 거래 방식은 논의 대상으로 하지 않았고, 회사도 인수 비용 부담이 너무 커 현재의 경영여건상 현금거래 방식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에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주식 교환을 통한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합의안을 도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생각은 다르다. 노조는 물적분할 이후 신설법인으로의 단체협약 승계, 상시적 고용불안, 현대중공업 본사 서울 이전, 이윤 이전으로 인한 분배구조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인분할을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회사는 신설법인으로 노동조건은 승계한다고 하면서 단체협약 전체에 대한 승계언급은 없다”며 회사가 기존 단체협약을 비롯한 노사 합의를 승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설법인이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전락되기 때문에 경영 상황을 빌미로 한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가 서울 현대중공업 사옥으로 이전하게 되면 현대중공업이 본사 기능을 상실하면서 단순 생산공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나아가 울산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하고 있다.

 

물적분할은 첫 단추일 뿐…
대우조선해양 실사,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등 남아있는 절차들

현대중공업은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한 발짝 다가섰지만 물적분할 이후에도 여러 절차들이 남아있다.

먼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8일 산업은행과의 본계약 체결 이후 4월부터 대우조선해양 실사에 들어갔으나, 현장 실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현장 실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가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반대하고 있어 현장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등 현장 실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와 해외 기업결합심사도 남아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해외 기업결합심사의 경우, LNG선 부문에서 독과점 문제가 제기돼 해외 이해관계국들이 견제가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일감을 독식하며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LNG선 76척 중 66척을 수주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시장 점유율은 63%로,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이 부분이 독과점 문제로 번질 수 있어 이해관계국들의 견제가 예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는 국내외 모두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