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레미콘노동자 1,200명이 신생 노조에 가입한 이유
부산 레미콘노동자 1,200명이 신생 노조에 가입한 이유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6.01 16:47
  • 수정 2019.06.0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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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레미콘 노동자, 임단협 투쟁 승리와 노동기본권 쟁취 외쳐
혜화로 행진 중인 이승기 지회장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혜화로 행진 중인 이승기 지회장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노동조합 신규지회가 벌써 1,200명의 조합원과 함께 하고 있었다. 불과 2달 만에 이뤄낸 일이다. 2달 만에 이렇게 많은 조합원과 함께하고 있는 그곳은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서부산지회이다. 서부산지회의 조합원들은 레미콘 노동자들이다.

그 많은 레미콘 노동자들이 2달 동안 노동조합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승기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서부산지회장을 만나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1일 오후 1시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레미콘 노동자 전진대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이승기 지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Q. 레미콘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길래?

새벽 2시, 3시에도 레미콘 제조사가 부르면 나가야 한다. 그렇게 일하고 보통 밤 10시에 끝난다. 집에 들어와 씻고 3시간 자고 다시 나간다. 하루 8시간 노동이라는 근로기준법은 우리에게 예외다. 이러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Q. 그 정도 노동 강도면 안전사고도 많이 날 텐데?

그렇다. 잠을 못 자니 졸음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 눈 한번 깜빡하면 접촉사고에서부터 크게는 전복까지, 레미콘 차가 크다보니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사망 사고도 많다.

Q. 임금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탕발(레미콘을 제조사에서 받아서 운송지까지 운반하는 것) 한 번에 4만 원 정도다. 근데 탕발 한 번에 3시간이다. 제조사에서 레미콘 받고 건설현장에 가서 레미콘 내리고 해서 걸리는 시간이다. 아무리 많이 해도 4번이다. 12시간. 일당 12만 원이라는 건데 차량 대출금, 수리비, 부품 구입 등 감가상각비 제하면 생활이 안 된다.

Q. 노동조건이 많이 열악한 것 같다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인격적 대우에서도 엄청난 차별을 받는다. ‘야, 어이’는 일상다반사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다. 개인사업자, 개인 사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기본권이 우리에게는 없다. 제조사에서 새벽 2시, 3시에 지시를 받는데도 개인 사장인건가? 우리가 처한 열악한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반드시 보장 받아야 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하고 노조법 개정해야 한다.

Q. 신규지회인데 1,200명으로 시작하다니 놀랍다

방금까지 말한 울분이 레미콘 노동자들 마음속에 계속 쌓였던 것이다. 길게는 몇 십 년 동안 말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노조를 만들고 급속도로 모이게 됐다. 3월부터 조직을 시작해 5월 1일에 700명이 가입을 했고 5월 31일 발대식에서는 1,200명으로 말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1,200명이 집단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 활동을 하니 레미콘 제조사도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약간은 달라졌다. 노조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다. 우리의 기대는 인간답게 살고 싶은 것뿐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의 기대로 많은 레미콘 노동자들이 조합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노조를 통해 레미콘 노동자들의 삶이 100%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승기 지회장이 밝힌 레미콘 노동자의 삶을 공유한 전국의 레미콘 노동자들이 1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앞 광장에 앉아있었다. 그들은 레미콘 노동자 전진대회를 개최하면서 ▲임단협 투쟁 승리 ▲수급조절 연장 ▲ILO 핵심협약 비준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이승기 지회장과 그의 지회에 속한 1,200명의 부산 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의 요구이기도하다.

레미콘 노동자 전진대회에서 임단협 투쟁 승리를 외치고 있는 레미콘 노동자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레미콘 노동자 전진대회에서 임단협 투쟁 승리를 외치고 있는 레미콘 노동자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