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교육훈련이라는 동기를 부여하려면?
노동자에게 교육훈련이라는 동기를 부여하려면?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6.07 03:32
  • 수정 2019.06.07 0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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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평가와 보상… “나아가 개인의 경쟁력 강화로”

[커버스토리] ②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인터뷰

노동자 × 교육훈련 = ?

노동자 교육훈련은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이다. 사회적인 시선은 온통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에 집중돼 있다. 이는 반대로 우리 사회가 성인기 교육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의무 교육을 전후로 배움이 단절되는 현상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노동자 교육훈련은 중요하지 않을까? 필요성은 없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해보려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노동자 교육훈련에 대해 짚어보고 앞으로 노동자 교육훈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 한다.

교육훈련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려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기업과 교육훈련을 받는 당사자조차 그 필요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은 직업교육훈련, 직업능력향상이 국민 개개인의 삶의 기회와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적자원개발, 평생직업능력개발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나영선 직능원 원장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 우리사회에서 직업교육훈련과 직업능력향상은 꼭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의 기업은 일종의 저스킬 균형 상태에 빠져 있다. 기업 생산과정에서 노동자 개인의 역량 혹은 숙련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교육훈련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

설령 교육훈련이 필요한 핵심 직무가 있다 하더라도 노동과 자본 간의 신뢰가 전제돼야 교육훈련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기업이 교육훈련이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그 노동자가 내일 당장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경영자 입장에서는 교육훈련에 투자하기 어려운 거다. 한국 기업은 OECD 국가 중 근속이 매우 짧은 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인 계약관계를 담보로 하는 교육훈련 투자를 실시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다만, 미래 경영 환경에서는 개인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한 교육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교육훈련이 필요한 방식으로 생산과정을 전환시키고, 노사 간 신뢰를 구축하고, 양질의 교육훈련과정을 제공할 수 있을 때 교육훈련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 교육훈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교육훈련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쉽지 않은 과제다. 노동자들이 교육훈련을 받지 않으려는 이유는 단순히 인식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노동자의 역량이 제대로 된 평가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나의 일터에서 내가 더 역량을 키우고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 승진과 보상에서 확실히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가 핵심인 것 같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바쁜 시간을 쪼개서, 굳이 동료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교육훈련이라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또한, 교육훈련 기관에서 배우는 교육의 품질이 과연 나의 역량을 향상시키기에 적절한가의 문제도 있다.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시간 때우기, 동종 업계 사람들과 네트워크 쌓기, 휴가처럼 생각하는 복리후생에 불과하다. 요컨대, 교육훈련을 통해 노동자 개인이 인적자본을 쌓을 수 있게 하고, 그것을 조직에서 보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노동자 입장에서는 교육훈련을 승진이나 보상을 받기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승진이나 보상 외에 교육훈련이 노동자에게 가져다주는 이득은 무엇이 있을까?

당연히 노동자 본인에게도 좋다. 노동자가 특정 회사에 필요한 직무 능력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자체로 자신의 능력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권한이 강화된 노동자는 보다 많은 자율과 재량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자율과 재량은 금전적 보상과 다른 방식으로 노동자에게 보상을 준다.

많은 연구들에서 지적하듯이 노동자 입장에서는 금전적 보상 외에도 자유와 참여라는 비금전적 보상 역시 중요하다. 더 나아가 특정 기업을 위한 직무 역량이라고 하더라도 이 역량은 다른 기업, 다른 산업에서도 필요한 역량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교과서에서는 역량을 특수한 숙련, 일반적 숙련으로 딱 나누는데, 실상 현장에서 보면 그렇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특정 기업에서 배운 숙련은 해당 기업과 직무의 범위를 뛰어 넘어 산업 전체에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가 자신의 직무능력을 발휘하고 이를 위해 역량 축적에 노력하는 것은 자신의 경쟁력과 만족을 위해서 모두 좋은 일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교육훈련에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교육훈련 과정을 이끌어간다면 단기적으로는 일과 삶에 대한 동기부여를 기대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 내 고용 가능성과 시장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조직이라는 시스템 내에서 일을 하는 주체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교육훈련에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업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되고, 학습한 내용의 전이도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다. 조직의 입장에서도 작업장혁신, 현장혁신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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