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훈련,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교육훈련,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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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커버스토리 ⑥ 한국 교육훈련의 문제

그 많던 배우고 싶은 마음은 누가 훔쳐갔나?

노동자 교육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노동자도 사용자도 말이다. 고용안정성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한꺼번에 잡힐 것 같기 때문이다. 정부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의 경쟁력이 당연히 올라가겠고, 고용안정성과 기업 경쟁력 강화는 곧 탄탄한 사회안전망 형성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손뼉이 서로 빗나가는 것 같다. 이러한 헛스윙에 배움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식어간다. 어떻게 이 손바닥들을 마주치게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부족하기에 중요한 교육훈련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인지 들여다보려 한다. 함께 들여다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기업의 교육훈련 담당자와 노동자들에게 ‘교육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했다. 그들은 교육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에 입을 모아 동의했다. 하지만, 실제 교육훈련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노동자들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 속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도와주는 교육훈련을 받는다고 해서 실제 자신의 업무 환경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교육훈련이 필요하다는 마음은 있어도 활용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교육훈련에 열정적일 수 없다는 게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기업은 어떨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인재양성은 필수다. 풍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에게 교육훈련으로 인한 지출은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사정이 다르다. 의지는 있으나 열심히 가르쳐봤자 이직을 해 버리면 인력 유출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에 교육훈련에 대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신음했다.

나이 들수록 낮아지는 업무 능력

어렸을 때부터 높은 교육열 속에 살아온 한국 성인들의 업무 능력은 어떨까. 지난 2018년 OECD가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OECD 주요 34개국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언어능력(문서이해, 소통 등), 수리력(일상생활 속 수학문제해결 능력 등),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엑셀 파일 작성 및 인터넷 등 컴퓨터 조작 관련 능력) 등 3개 지표를 기반으로 국제성인능력측정조사(PIAAC)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은 언어능력 273점, 수리력 263점,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 30점을 받았다. 이는 OECD 평균 수준(언어능력 268, 수리력 263,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 31)에 머무는 정도였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일본이었다. 언어능력 296점, 수리력 288점, 문제해결력 35점이었다.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16~34세의 경우 모든 능력에서 평균 수준을 넘어섰으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점수 폭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 성인들의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김안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능력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또한, 일을 하면서 추가적으로 학습을 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기존의 인지능력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교육을 받고 취업한 사람들이 오랜 시간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하다 보니 자신의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뒤처지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도 자신을 더 갈고 닦을 시간은 정말 없었던 것일까.

정재요 경북대학교 교수는 성인들의 능력하락이 “한국 사회에서 ‘교육’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평생교육’이 제도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직장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노동자 개인이 교육을 할 시간이 부족해 역량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해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50인~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위에서 지적했던 장시간 노동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그동안 장시간 노동으로 자기계발이나 여가활용에 할애할 시간이 적었던 한국에 기회가 생기게 됐다”며 “당장 처음부터 변화하기는 어렵겠지만 8시간 근무가 정착된다면 노동자들 스스로도 자기계발을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축된 중소기업 교육훈련 돌파구는?

한국의 상시노동자 300명 이하 중소기업 수(2016년 기준)는 354만여 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은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수는 1천 4백여만 명으로 82%를 차지했다.

0.1%에 불과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18%에 해당한다. 대기업의 경우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재직자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100인 미만 소기업 경우 교육훈련에 참여하는 비율이 20%대 초반으로 EU 평균 30%에 미치지 못한다. 교육훈련에 투자하는 비용도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이 사용하는 전체 노동비용 중 0.5%로, EU 평균인 1.5%와 비교했을 때 초라한 수준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교육훈련 격차는 왜 이렇게 크게 나타나는 것일까.

김미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행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 선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훈련 사례조사를 진행했다.

ICT(벤처) 기업의 경우 주로 대기업에 위탁하거나 세계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에 관련 지식을 보유한 고급 인력을 선호한다. 유능한 인재를 4~5년간 숙련시켜 핵심 인력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욕심도 크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입장과 다르게 젊은 우수인력들은 중소기업 취직을 기피하는 경우가 높다”며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경력을 발판삼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 유출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상황도 만만치 않다. 중소제조기업의 경우 대부분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원·하청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하청단가 인하 압박으로 인해 거래가 끊길 수 있다는 걱정으로 원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중소제조기업은 원청에 예속돼 있는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를 통해 인력에 대한 중요성을 제고하고 제품개발을 통해 기업 내부의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부족한 여력을 채우고자 정부는 여러 지원을 통해 교육훈련을 독려하고자 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에서의 교육훈련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를 두고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훈련 예산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원하는 교육훈련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공급자인 중앙정부 중심의 관점으로 시스템이 형성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방식은 어떤 교육훈련을 받은 경우 한 해 시간 당 단가에 따라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다보니 중소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정부로부터 지원에 대한 기대를 꺾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중소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 부족해 타이트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들 중 누군가가 교육을 받기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되면 누군가가 채워줘야 하는데, 사업주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교육훈련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적정임금과 고용안정 등 양질의 일자리가 기반이 돼야 중소기업에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다”며 “중소기업의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더라도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이 참여해야 교육훈련 질 올라간다

ILO는 직업훈련권고 제2조에서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위해 인간의 능력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 여러 형태의 교육과 관련하여 개인 이해력을 향상시키는 것,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근무조건과 사회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ILO 지침에 따라 교육훈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한국의 교육훈련 정책과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어 모범사례로 살펴보기에 적합하다.

지난 2014년 프랑스는 직업훈련법에 ‘누구든 그의 전문 경력의 안정성을 증진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인 경력개발을 통해 경력 생활 전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법적 근거를 배경으로 다음 해인 2015년부터 경력개발상담서비스를 시작했다.

상담을 통해 노동자 스스로가 동기와 취향, 자산 등을 파악해 숙련제고의 기회 및 경력을 탐색하는 과정을 마련한다. 또한, 상담 후 개인훈련계좌를 개설해 훈련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의 개인훈련계좌제도에 참여하는 노동자 수는 처음 도입된 시기인 2015년 21만여 명에서 다음해인 2016년에는 50만 명에 육박했다. 이어 2018년에는 8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단 시간 안에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원인은 노동자 개인이 주도적으로 훈련에 참여할 수 있게 한 데에 있었다.

개인훈련계좌는 사용자와의 합의에 의해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권리를 사용자 본인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또한, 한 수준에 머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높은 자격수준을 획득하도록 독려했던 점도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프랑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8년 ‘개인의 직업적 미래를 선택할 자유’ 법안을 통과시켜 개인훈련계좌의 시간을 화폐로 적립하는 것, 경력개발상담서비스를 확충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는 훈련자격목록을 완전히 없앰으로써 훈련과정이 길고 어려운 경우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자격증을 능력단위에 따라 모듈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훈련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공급자 중심의 교육훈련이라고 답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 관계자는 “교육훈련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지만 한국의 교육훈련 제도를 보면 중소기업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며 “공급자 중심을 벗어나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훈련을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자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 역시 “노동자들이 원하는 교육훈련이 있는데 현재 교육훈련 프로그램에는 이런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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