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훈련에 길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훈련에 길이 있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6.07 03:31
  • 수정 2019.06.07 0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사는 물론 여야도 교육훈련 강화 필요성 한 목소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3당 간사 공동 주최

커버스토리 ⑧ 인재개발 정책포럼

그 많던 배우고 싶은 마음은 누가 훔쳐갔나?

노동자 교육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노동자도 사용자도 말이다. 고용안정성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한꺼번에 잡힐 것 같기 때문이다. 정부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의 경쟁력이 당연히 올라가겠고, 고용안정성과 기업 경쟁력 강화는 곧 탄탄한 사회안전망 형성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손뼉이 서로 빗나가는 것 같다. 이러한 헛스윙에 배움에 대한 자발적 동기가 식어간다. 어떻게 이 손바닥들을 마주치게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부족하기에 중요한 교육훈련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인지 들여다보려 한다. 함께 들여다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변화로 4차 산업혁명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동화 과정으로 인해 더 이상 노동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참여와혁신>(발행인 박송호)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원장 나영선, 이하 직능원)은 지난 5월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4차 산업혁명과 노동자 능력개발’을 주제로 인재개발(HRD)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번 정책포럼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3당 간사가 주최하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후원했다. 직업능력개발의 당사자들인 노사정이 참여해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를 함께 마련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교육훈련’
지금 필요한 사회적 논의

이번 정책포럼을 공동으로 주최한 여야 3당 국회의원들은 포럼의 취지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훈련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해 내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달려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직업능력개발이라는 주제는 정말로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강조하면서 “건설적인 조언들을 받아들여 국회에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도 “얼마 전 카카오 카풀앱 도입과 관련해 많은 택시 기사 분들이 목숨을 잃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질 직업과 새로 생길 직업을 미리 예측하고 교육해서 대비했더라면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과 사회적 갈등은 없었지 않겠느냐 반성해본다”며 “발제와 토론에 나서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늘 논의된 내용을 정치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업능력개발에 관해선 여야 할 것 없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시스템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지 않는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직업능력개발을 잘 해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굉장히 많은 예산이 직업능력개발과 관련한 사업에 투입되고 있는데, 이 예산이 정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나영선 직능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노동자들의 일터가 변하고 있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오늘 토론 내용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 정책에 반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계 대표로 참석한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권재석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직업능력개발에 있어서의 노동자 참여를 거듭 강조했다.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 능력개발의 핵심 기준과 가치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아직 교육훈련에 대한 노사의 참여와 관심이 낮지만 앞으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노동자 교육훈련 분야에서부터 중앙과 지역, 업종 단위의 노사정 거버넌스를 전면 재구성해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노동 존중 기반으로 생산성 향상과 고용 안정을 동시에 이뤄 상생의 노동자 능력개발 사업의 모범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권재석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도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신기술,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지만 사회안전망이 취약해서 실직자에 대한 보호 대책 거의 없다. 일자리에서 한 번 밀려나면 다시 일자리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직업능력개발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일자리 변화와 감소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연구로 노동자의 부담과 희생이 아니라 일자리와 노동 존엄이 함께 성립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직업능력개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선 노사정 대화가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훈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필요

이날 발제를 통해 직능원 연구위원들은 4차 산업혁명과 노동자 능력개발에 관한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직업능력개발 전략을 제안했다.

김안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OECD 34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사회적 능력을 분석하는 조사(PIAAC)를 통해 한국의 인지능력(언어·수리·문제해결 능력)은 평균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핵심연령층인 35~44세들의 언어 능력이 떨어지고 직종에 따라 인적자원이 적재적소에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을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반복적이고 관행적 업무로 인해 일을 하면서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실효성 있는 교육훈련을 통해 재직자들의 업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한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노동시장은 점차 유연해지고 있고 이를 먼저 경험한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등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 전략을 통해 유연해진 노동시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평생직장이나 평생직업에 대한 개념이 약화됨에 따라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역량개발을 통해 고용 경쟁력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노동자 경력개발을 위해서는 ▲국가 ▲산업계(ISC) ▲기업 ▲노동조합 ▲노동자 각각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을 노동자들의 경력개발에 대한 기회로 활용하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업종별 경력개발 지원을 위한 특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미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인력난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이유는 원·하청 관계에서 오는 원청의 압박과 함께 인력들이 대기업으로 이직해 지속적으로 인력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적으로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철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고용·능력평가연구본부장은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교육훈련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며 “숙련된 인재개발을 위한 노사가 서로 비전을 공유하고 별도의 프로그램을 신설해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사 간 공감 통해 실질적인 결과 만들어내야

강순희 경기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경영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기업과 노동자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 같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여러 현안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능력개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교육훈련이 변화의 시기를 맞아 기회로 가기 위한 과정에 놓여 있다”며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에 맞춰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던진 시사점을 가지고 교육훈련을 구체화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동자들의 교육훈련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훈련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며 직업훈련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교육훈련 활성화를 위해 노동조합도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송호 <참여와혁신> 발행인은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노동조합의 관심은 상당히 높다”며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변화에 대한 공감과 비전을 확보하고 노동조합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도 “중소기업의 상황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산업인력기반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교육훈련 활성화를 위해 노사정 컨트롤 타워를 확실하게 세우고 교육훈련을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하헌제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과장은 “정부에서도 재정을 투자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교육훈련 활성화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이 없는지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책포럼에 참석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노동자의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데 공감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노동자 직업능력개발과 교육훈련에 있어서는 노·사·정 당사자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만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