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공중진화대, 아직도 모르시나요?
산림청 공중진화대, 아직도 모르시나요?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06 04:15
  • 수정 2019.06.06 0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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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하면 산림청! 정부 지원, 관심 필요

[리포트] 산림청 공중진화대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가 불과 연기로 꽉 찼죠. 바람이 너무 세서 차가 휘청거렸고, 불들은 ‘터널’을 이뤘어요. 그래도 뚫고 가야 했습니다.

멈추면 죽는 것이었으니까요."

"이미 도로 위엔 화물차 한 대와 승용차들이 불에 타고 있었습니다. 대원들 모두가 일단 ‘가, 가, 가, 가!’ 하고 소리쳤죠."
 

이제는 ‘산불’ 하면 이들을 먼저 떠올려야 할 것 같다. 산림청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공중진화대’ 안전항공팀. 레펠 하강 뒤 산의 지형에 맞는 진화 전략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산불에 대원 모두가 365일, 24시간 대기하는 것은 기본. 산불이 완전히 꺼지기 전까지는 ‘퇴근’도 없다.

“나무를 알아야 불을 끌 수 있다”는 자타공인 산악전문 진화대원들. 지난 4월 동해안 산불 때도 전국에서 모인 공중진화대원 60여 명이 곳곳으로 흩어져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5월 14일 강릉 산림항공사무소에서 안전항공팀 박동선 팀장(55)과 홍성민 팀장(47)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두 팀장 모두 약 20년 차 베테랑 대원들이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는 산불예방 및 진화, 산림병해충 방제, 산악인명 구조 등을 전담하고 있으며 전국에 1개 본부와 11개 지부가 있다. 진화대원들은 상공팀인 운항관제팀과 지상팀인 안전항공팀원으로 나뉜다.

 

ⓒ산림청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산림청 강릉산림항공관리소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가 불과 연기로 꽉 찼죠. 바람이 너무 세서 차가 휘청거렸고, 불들은 ‘터널’을 이뤘어요. 그래도 뚫고 가야 했습니다. 멈추면 죽는 것이었으니까요.” 박동선 팀장은 대원들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고성군으로 급박히 달리던 4월 4일 밤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미 도로 위엔 화물차 한 대와 승용차들이 불에 타고 있었습니다. 대원들 모두가 일단 ‘가, 가, 가, 가!’ 하고 소리쳤죠.” 홍성민 팀장도 그날의 상황을 전했다. 당시 기상청 미시령 자동관측장비에 기록된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35.6m. 홍성민 팀장은 바람이 거센 것을 보고 일이 상당히 커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실시간 CCTV 화면으로 확인한 미시령 톨게이트 앞 풍경은 ‘장난이 아니었다.’ 홍성민 팀장은 “불길이 쓰나미처럼 바람을 타고 세차게 번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중진화대원들은 야간엔 고압선 충돌 등 위험을 우려해 헬기로 출동하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도 차를 댈 장소와 진입 방법, 특수 지형과 수종 파악 등 진화 전술을 짜는데 여력이 없던 대원들. 하지만 한 시간 반을 달려 최초 발화지에 도착한 뒤엔 그저 탄식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대원들을 투입했다간 다 죽겠구나.’ 박동선 팀장은 당장 대원들이 산으로 들어가 불을 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대책본부로 돌아가 현장 상황을 알렸다. 한편, 대책 본부에선 고성군이 주거 면적이 넓은 만큼 대민 지원에 필요한 인력이 절실한 상황. 대원들은 다른 지원 인력과 함께 집마다 몸이 불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 묶여 있는 동물들을 풀어주는 등 마을 수색과 이재민 수송 작업을 벌였다.

그러다 새벽부터 불이 차츰 잦아졌고, 대원들은 본격적으로 산속에서의 진화 작업에 돌입했다. 헬기도 동이 트기가 무섭게 지상으로 떠올랐다. 운항관제팀은 공중에서, 안전항공팀은 지상에서의 불을 끄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 셈이다. 헬기 조종사들이 옥계 저수지에서 물을 채우고 오는 사이, 안전항공팀 대원들은 개울에 호수를 연결해 물을 뿌리고 산불이 더 번지지 않게 1~2m 너비의 ‘방화선’을 곳곳에 구축했다. 방화선 구축은 삽과 ‘불갈퀴’등의 방화 도구로 산불 진행 경로에 있는 탈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작업이다.

헬기 조종사가 물탱크를 채우고 돌아오면 지상에 물이 필요한 위치를 무전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도 대원들의 몫이다. 산림청 소속 초대형 헬기가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8,000ml로, 대형 소방차의 두 배에 달한다. 강릉시 옥계면 산불 때 투입된 산림청 헬기는 16대. 이는 소방청 헬기 투입 대수(1대)보다 많은 수치다. 산림청 헬기는 산불 진화에 특화돼 대규모 물탱크가 달린 것이 특징이다.

대원들은 작업 하나를 마치면, 또 다른 지역으로. 그곳에서 작업을 마치면 또 다른 지역으로 움직이면서 밤샘 작업을 이어갔다.

다행히도 ‘화마(火魔)’는 이틀 밤 만에 끝이 나주었고, 덕분에 대원들의 밤샘 작업도 3일째로 마무리됐다. “그나마 고성군에서 옥계면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긴 편이어서 새우잠을 잘 수 있었다”는 게 박동선 팀장의 설명이다.

산림청 헬기에서 레펠하강 하는 대원들 ⓒ산림청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산림청 헬기에서 레펠하강 하는 대원들 ⓒ산림청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예비 인력 없어
출동 땐 아파서도 안 돼

“4월은 잔인한 달이다.” 홍성민 팀장은 4월 4일, 고성군으로 출동하던 그 날에도 부산 해운대에서 2박 3일간 진화 작업을 마친 뒤 막 강릉으로 올라온 참이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원들은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일주일 내내 산불과 맞서 싸운 셈이 된다.

홍성민 팀장은 봄철 산불조심기간은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올해엔 지난해 겨울부터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이어져 사실상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비상근무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피로가 최고조로 쌓인 4월과 5월에 특히 대원들의 사고가 자주 발생해, 특히 유의한다고도 했다.

대원들의 일반적인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하지만 퇴근 후에라도 산불이 나면 즉각 출동해야 한다. 주말과 공휴일도 예외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매일 출근한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박동선 팀장은 언제, 어디서 출동할지 모르니 개인 차량에 옷과 장비들을 준비해둔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성민 팀장도 “집이 잠자는 곳이 됐다. 잠을 자다가도 출동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상황이 발생하면 대원 모두가 나온다. 총인원이 딱 10명이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아파서도 안 되고, 대소사도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예비 인력이 없는 가운데 대원 10명이 해야 하는 임무가 제각각 정해져 있어서, 어느 한 사람도 빠져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5명이었던 정원이 지난해 공무원 증원의 여파로 10명으로 늘었지만, 그렇다고 예비 인력까지 둘 수 있는 수준은 못 된다. 자연스레 비가 오는 날이 유일하게 마음을 놓고 술 한 잔 할 수 있는 날이 됐다.

물론, 이들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동선 팀장은 “산불 현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연기에 질식할 수도 있고, 돌이 굴러올 수도 있고, 자칫 벼랑에 발을 헛디뎌서 떨어질 수도 있다. 사고에 상당히 유출돼있기 때문에 산불이 났다고 하면 가족들은 일단 걱정부터 한다.

‘이젠 비행기 타지 마라’, ‘불 끄러 안 다녀도 되지 않냐’고 말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동선 팀장은 “그래서 신조가 ‘출근할 때만큼은 최고로 행복하자’다. 그 모습이 나의 마지막 모습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전날 밤에 아내와 다투더라도 다음날엔 최고로 좋은 모습으로 웃으며 나온다”고 했다.

홍성민 팀장도 “최근 언론에 강릉 산불의 숨은 주역으로 공중진화대가 많이 홍보가 돼서 뿌듯하긴 하지만, 그만큼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동선, 홍성민 안전항공팀장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왼쪽부터 박동선, 홍성민 안전항공팀장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산이 좋아서, 산이 싫어도

산림청. 그리고 공중진화대. 이들은 어떻게 이 생소한 조합과 인연을 맺었을까? 박동선 팀장은 팀원들 대부분이 육·해·공군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밝혔다. 박동선 팀장은 공군 특수부대서 인명구조를 하다가 공중진화대원이 됐다. 박동선 팀장은 “직업 때문에 ‘산’을 택했지만, 산이 주는 공익적인 혜택이 크다”며 “공익에 기여를 한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성민 팀장은 “‘산’이 싫어서 특전사를 제대했는데 어쩌다 보니 다시 산으로 돌아오게 됐다”며 “여전히 산은 싫지만, 누군가는 지켜야 하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한다. 천직이다”며 웃었다.

두 대원은 비상근무가 끝나는 대로 신입 대원들을 데리고 체력 단련도 할 겸, 헬기장 및 지형 파악도 할 겸, 백두대간 중 담당지역인 고성부터 태백까지 탐방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성민 팀장은 “코스별로 틈틈이 다녀서 2~3년 안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동선 팀장도 “신규 대원들이 비록 임업직 공무원으로 들어왔지만, 산을 알고, 나무를 알아야 전략적으로 불을 끌 수 있다”며 “산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산불은 바람을 타서 올라갈 때는 내려올 때보다 속도가 8배 가량 빠르다. 반면, 내려올 때는 평지보다 속도가 0.7배 가량 더디다.” 기자에게 산불 진화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두 사람의 눈동자가 빛이 났다.

산불 끄는 사람,
산림청 대원도 기억해주길

두 대원은 국민들이 ‘산불’ 진화에서만큼은 소방대원보다 산림청 대원을 먼저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홍성민 팀장은 “알아주려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들이 누가 뭐래도 ‘산불은 우리 아빠가 꺼’, ‘우리 삼촌이 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성민 팀장은 헬기에서 대원들을 위해 김밥을 투척했던 일화를 기자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김밥이 보통 도로서부터 올라오지 않나. 그러다 보면 소방대원들의 몫부터 하나둘 사라져서 산꼭대기에서 일하는 우리에겐 돌아오는 것이 없다. 결국 우리는 미리 준비해둔 초코바로 때운다. 한 번은 서러운 마음에 김밥을 헬기에서 던진 적도 있었는데, 바람에 날려서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박동선 팀장은 “소방과 해경, 산림이 각각 육지와 바다, 산림을 담당하고 있으면 비슷하게 처우가 돼야 하는데, 세 개 부처가 수당 체계가 다 다르고 그 격차가 상당하다”며 “일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같은 일을 하는데 차별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동선 팀장은 또 “‘집 불’은 몰라도 ‘산불’은 산림청이 전문”이라며 “인력도 인력이지만 업무에 맞는 장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장비 지원은 시급해 보인다. ‘3207’과 ‘2321’. 홍성민 팀장은 주차장에 세워진 승합차 두 대를 두고 이렇게 불렀다.

대원들과 함께 산속의 온갖 모난 곳을 누비는 공중진화대원들의 차량은 일반승합차다. 그나마 두 대 중 한 대는 이달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임차비 예산이 단 5개월 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동선 팀장은 “다음 달 부터는 차 한 대에 성인 10명이 타고 다녀야 하는데, 이 짐들을 다 어떻게 해야 할지 깜깜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차 한 대도 배정받은 지 7~8년이 다 된다. 잔고장이 많고 짐이 무거워 산에 올라갈 때 힘이 없다”며 “예산이 된다면 대원들이 산을 잘 올라갈 수 있도록 정부가 4륜 특수차량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산림청 강릉산림항공관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