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영신여객지부
<10>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영신여객지부
  • 윤나리 기자
  • 승인 2008.07.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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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 속에서 소통과 변화를 꾀한다

서울 우이동에서 청량리를 오가는 120번 버스는 영신여객 소속이다. 120번 버스 운전기사들은 서울시민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한다. 그래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영신여객지부의 고민 역시 서울시민을 향해 있다. 서울시민들과 함께하는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함께 숨 쉬는 노동조합이 되기 위해 영신여객지부는 오늘도 강북 언저리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영신여객지부

조합원 권리확보를 위한 ‘최전선’

강북구 우이동에 위치한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영신여객지부(지부장 손세원)는 1970년에 출범해 불혹을 내다보고 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소속의 영신여객지부엔 133명의 조합원이 있다. 조합원은 모두 남성이며, 평균 연령은 52세, 평균 근속년수는 8년이다.

버스운수업이라는 특수성으로 조합원들의 상황은 다른 노동조합과 사뭇 다르다. 조합원 모두가 남성이라는 점도 그렇고, 높은 평균연령에도 불구하고 근속년수가 길지 않다는 것이 그렇다.

회사 내 노조가입률이 90%가 넘는다는 점도 특이사항 중 하나다. 영신여객지부의 한 조합원은 “우리는 입사하는 순간부터 대부분 노동조합에 가입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매우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높은 노조가입률은 그만큼 버스운수업 노동조합의 힘이 조합원들의 권리확보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반증이다.

버스운수업의 근무 형태나 임금 구조도 여타 다른 업종과 다르다. 영신여객의 경우 근무 형태는 1일 2교대제이며, 하루 8회 버스를 운행한다. 임금은 기본급에 일시급이 더해지는 형태다. 운전하랴 서비스하랴 지쳐가는 운수노동자 현실 종점에서 종점까지 좁은 운전석을 떠날 수 없는 힘든 근무여건이지만 그래도 “근무시간이 잘 지켜지면서 전반적인 근로여건은 많이 좋아졌다”고 손세원 지부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요즘 조합원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조합원들이 서울시 민원접수제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버스운영의 주체인 서울시는 작년 9월부터 ‘다산콜센터 120'을 통해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접수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법률상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요즘 다산콜센터에는 시민들의 감정적인 민원이 쏟아지면서 이로 인해 버스운수노동자들이 말 못 할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채 민원인의 전화 한 통화로 버스운수노동자들은 시청과 지역관할 부서에 가서 해명하느라 이틀치 수당을 포기해야 하고, 벌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지부장은 “버스 운전을 할 때 안전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조합원들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200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 역시 운전자들의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는 것 중 하나다.

손 지부장은 “BMS에서 가끔씩 오류가 날 때가 있는데, 무조건 무정차, 개문주행이라고 뜨면 확인절차 없이 서울시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끈끈한 동료애와 지역 봉사로 쌓아가는 신뢰와 소통

조합원들에게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어서 다행이다. 손 지부장은 “노조 사무실에 있으면 항상 조합원들의 애로사항, 어려움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지부사무실은 전 조합원들이 편하게 쉬었다 가는 휴식처”라고 전했다.

영신여객지부는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회사측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애환을 하나하나 체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역시 ‘소통’이라는 것이다. ‘투쟁보다는 협력으로 변화를 꾀하는’ 영신여객지부의 소통 방식은 바로 ‘유대감’이다.

끈끈한 동료애로 뭉친 조합원들의 대화는 치열한 공식적 회의에서 오가는 대화와는 다른 강한 힘을 지녔다. 휴식시간 장기 한 판 속에서 오고가는 대화는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영신여객지부만이 지닌 소통의 한 방법이다. 공식과 비공식의 간격 사이에서 신뢰와 소통을 쌓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신여객지부는 조합원들의 휴가도 세심히 챙긴다. 작년, 재작년 모두 노조에서 휴양지를 마련해 조합원들이 휴가기간 동안 쉴 수 있게 한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엔 회사에서 콘도 등 휴양지를 마련해주지만 규모가 작은 노조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는 휴양지 대신 휴가지원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휴가를 가지 못한 조합원들과는 인근 지역에서 조합원 가족단합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영신여객지부는 조합원 뿐만 아니라 지역민과의 소통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얼마 전 조합원들과 인근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이웃사랑모임’을 결성했다. “노동조합이 지역 주민 속으로 녹아들어가 노동운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시작했다”고 노동조합은 설명했다.

매주 월요일, 지역 청소를 비롯해 매주 마지막 금요일에는 국수를 뽑아 지역 주민에게 나눠주는데, 조합원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가족까지 동참하고 있다. 영신여객지부엔 가스충전소 부재로 인한 근로시간 연장 문제(약 1시간), 민원접수제 시행 문제, 복지제도 확충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사안들이 많다.

하지만 태풍이 오나 눈보라가 몰아치나 시민의 발이 되는 버스처럼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과 지역 주민과의 신뢰를 밑거름삼아 천천히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