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속으로 들어간 금융, 노동자 일자리 사라지나?
핸드폰 속으로 들어간 금융, 노동자 일자리 사라지나?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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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이 모든 업무 가능할까

[리포트] 핀테크 산업과 노동자 일자리

스마트폰이 탄생하면서 우리 삶은 편리해지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방송을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은행 업무도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천 원 이하도 송금이 가능해졌으며 공과금 납부도 문제없다. 더 이상 은행을 찾아 긴 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복잡한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편의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함께 AI, 자동화 등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더 이상 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제조업이 먼저 타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금융 산업은 오래전부터 이 위협에 놓여 있었다.

핀테크, 정체가 뭐냐

핀테크(Fin Tech)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이 기술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단어인 핀테크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IT 기술 기반 금융서비스 또는 혁신적 비금융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정의 내렸다.

영국의 투자무역청은 핀테크를 ▲송금·결제 ▲금융 데이터 분석 ▲금융 소프트웨어 ▲금융 플랫폼 4개 영역으로 분류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이용해 무료 또는 소액의 수수료로 빠르고 간편하게 결제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송금·결제’ 서비스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토스나 카카오페이, 페이코가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금융 데이터 분석’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테크 산업의 선두주자인 미국은 카드나 예·적금, 대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개인의 상황에 따라 소개시켜 주는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활발하게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로는 뱅크샐러드 어플을 살펴볼 수 있다.

기존 금융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켜주는 ‘금융 소프트웨어’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있다. ‘로봇(Robot)’과 전문 자산 운용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컴퓨터 인공지능으로 이루어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다. 투자자가 맡긴 자산을 대신 운용하거나 투자자 자산운용을 자문해 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서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로는 KEB하이로보 등이 있다.

다양한 금융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의 주요 서비스는 P2P 대출과 크라우드 펀딩이다. P2P 대출은 대출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것은 물론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굴리고 싶은 사람을 매칭해 대출과 투자가 이어지도록 한다. 대표적인 P2P 대출로는 테라펀딩, 랜딧 등이 있다.

멀게 만 느껴지던 핀테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 실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핀테크 산업,
어디까지 왔고 어디까지 발전하나

지난 5월 7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은 국회도서관에서 ‘핀테크 산업 확대와 사회적 대응전략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현재의 핀테크 산업과 그 속의 노동자 일자리 보전에 대한 문제를 두고 토론을 진행했다.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 원장은 핀테크 산업이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돼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보다는 핀테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현재 상황에 맞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핀테크 시대가 확대 된 배경의 중심에는 금융회사가 이윤 확대를 하겠다는 전략에서 시작됐다”며 “초기 막대한 투자를 통해 미래에 빠른 이윤으로 돌아올 거라는 확신과 함께 판매·관리 비용도 효과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성장기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나, 다소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핀테크는 기존 사업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에서 일부 금융서비스를 대체하는 등 수익모델에 따라 독자적 금융서비스 기업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발전하는 핀테크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경우, 디지털 혁신을 꾀하기 보다는 디지털 상품을 개발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의 수성전략으로 핀테크를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씨티은행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모바일뱅크 강화 및 자산관리(WM)전문 대형점포 구축을 위해 점포의 극단적 감축을 진행했다. 2016년 133개 점포 수를 2018년 44개로 줄이고, 직원 수는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 2,700여 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8년 3,600여 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영업이익을 따져보면 2016년 14조 6천여 억 원의 전체이익은 2018년 11조 2천여 억 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IT전문회사들은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해체하고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해체(unbundling)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모바일지급결제 시스템인 카카오페이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오프라인 체크카드인 카카오페이 체크카드 등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외국의 핀테크 산업은 어디까지 도달했을까. 정청천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위원은 독일, 미국, 일본을 대표적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은 2010년대 중반 급격히 핀테크 산업이 성장해 현재 초기 성장기 단계에 들어갔으며 유럽 내 핀테크 투자국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와 보험으로 핀테크를 확산시키고 있다.

핀테크 투자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은 실리콘밸리와 뉴욕 월가를 중심으로 IT기업과 글로벌 금융기업이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급결제와 대출 영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핀테크는 보험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인슈어테크도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Amazon)은 충성심 강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고객 빅데이터, 플랫폼, 활발한 M&A로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Big Tech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여전히 비대면 소비보다는 대면 상호작용을 선호하는 추세다. 카드를 사용하기보다는 현금을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핀테크 산업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규모에 비해 핀테크에 투자하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핀테크 확산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2017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IT 자회사 설립을 활성화 시키고, 오픈뱅킹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AI가 인간을 대체한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5월 7일 있었던 토론회에서 “비대면거래 확산과 핀테크 산업 성장으로 인해 수년째 금융 산업은 고용충격을 받았다”며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권 노동자들이 권리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투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금융회사에서는 벌써 전문가들을 고용해 향후 인력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솔루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자주 만나는 텔러 인원은 줄어들겠지만 오히려 백오피스나 여타의 시장경쟁 인력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일자리 수의 변함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외국에 비해 한국의 금융 산별노조가 안전하게 자리 잡힌 상황에서 노조의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포용적 디지털화를 통해 숙련 인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정승일 사무금융노조 정책연구소 소장은 “금융산업에서의 자동화는 ATM기계가 만들어지면서 이미 존재했고, 인공지능은 자동화의 최신 형태”라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할 수 없지만 노동자들에게 정형화되고 창의적이지 않은 업무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참석한 장경운 금융감독원 핀테크혁신실장은 지난 4월 29일~5월 3일 진행된 런던 핀테크 위크 행사에 참여한 뒤 경험을 밝혔다.

영국에서는 핀테크로 인해 금융산업 종사자 수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통 금융 종사자 수는 줄어들겠지만 IT 기업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일자리 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 2018년 3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들이 모여 <핀테크 혁신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정책은 진입장벽을 완화시켜 핀테크 기업의 시장을 참여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행이다.

또한, 공인인증서·OTP 사용의무를 폐지 등을 통해 간편 결제·송금서비스를 다수 출시해 핀테크 서비스를 확대하고 ‘핀테크지원센터’를 통해 새로운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이 진입하기 쉽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송현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핀테크가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나 영국, 싱가폴과 중국을 들 수 있는데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며 “경제적으로 우월했던 국가들이 풍부한 인프라로 핀테크를 주도하는 한편, 금융 산업에서 후진국으로 알려진 중국 등이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트렌드를 통해 금융 산업에 순위를 바꿔나가는 상황을 두고 한국에서는 앞으로의 핀테크 산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핀테크가 확산됨에 따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불안감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14일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1차 위원회에서 공공기관의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 임시 허가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지난 3월 21일,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동조합은 청와대 앞에서 공공기관 모바일 고지서를 비판하는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결의대회에 참여한 황태일 경남 마산우체국 지부장은 “4만 명이 넘는 노동자와 20만 명의 가족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를 노동자들과 일체 상의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직접적인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핀테크’와 ‘일자리’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다.

지금까지의 한국은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정책을 세우고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핀테크는 모든 국가가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이다.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세계적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지금, 누군가의 정책을 모방해 만들기보다는 한국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개척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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