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2,600명이 금요일 저녁 광화문에 모였다
집배원 2,600명이 금요일 저녁 광화문에 모였다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07 22:19
  • 수정 2019.06.10 10:0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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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주 본부장 즉각 퇴진, 인력 증원·토요집배 폐지 요구
서울 지역 우체국 집배원 2,600여 명이 7일 오후 서울 정부 청사 앞에 모여 '인력 증원'과 '토요집배 폐지', '강성주 우정사업본부 본주장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참여와혁신
서울 지역 우체국 집배원 2,600여 명이 7일 오후 서울 정부 청사 앞에 모여 '인력 증원'과 '토요집배 폐지', '강성주 우정사업본부 본주장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 참여와혁신

6일(현충일)과 8일(토요일) 사이, '징검다리' 휴무인 7일 금요일 저녁, 서울 지역 집배원 2,600여 명이 광화문에 모였다. “정부가 더 이상 집배원들의 죽음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전국우정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위원장 송상호)는 이날 저녁 7시 집회를 열고 "과로사를 막기 위한 집배원 인력 증원"과 "토요집배 폐지”, "강성주 본부장 즉각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송상호 위원장은 “집배원들은 영하의 날씨와 폭염 속에서도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으로 묵묵히 일해왔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강성주, 이하 우본)의 ‘배신’과 과로로 인한 '죽음'이었다”며 “우본에게 지난해 약속한 집배원 1,000명 증원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집배원들이 징검다리 휴일을 반납하고 모였다”고 설명했다.

우본은 지난해 10월 집배원들의 과로사와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집배원 인력이 2,000명 더 필요하다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의 권고를 받아들여 노조와 올해에 우선적으로 집배원 1,000명을 증원한 뒤 나머지 1,000명은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증원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송상호 위원장은 “올해만 집배원 8명이 운명을 달리하고, 지난달 25일에도 관악우체국 집배원이 퇴근 중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다”며 집배원들의 중노동 실태를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하루 평균 11시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만 집배원 8명이 심·혈관계 질환, 자살, 안전사고 등으로 사망했고, 지난해 집계된 안전사고 발생 건수만 658건으로 일상적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다. 그런데도 "우본은 택배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서 발생한 적자를 집배원들의 연장 근무, 주 6일 근무제 등으로 메꾸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또 "집배원들이 공무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주6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금융사업(예금)에서 잉여이익금이 나지만, 그조차도 우선적으로 정부의 일반회계로 전출되고 있어서, 우편사업에서의 적자를 메우고 인력 충원 등에 쓰기에 어려운 구조다. 우본의 금융사업과 우편사업은 특별회계로 따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정부가 우체국 예금 사업 이익금 중 국가 재정에 지원하고 있는 예산을 우편사업 적자를 보존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한편, 우본은 적자를 근거로 “인력 증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강성주 본부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건관리 대토론회’에 참석해, 집배원들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증원’보다는 안전보건관리 대책 확대, 안전보건관리 전문가 채용 등 신체·정신 건강 ‘관리’에 더 집중하겠고 입장을 밝혔다.

당시 강성주 본부장은 “2011년 이후로 계속 적자인데 매년 규모가 500~6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올해는 2,500억, 내년엔 3,000억 원 정도 적자가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배원 인력을 증원하기가 쉽지 않아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뇌심혈관, 감정노동, 안전관리 분야의 사고 감축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상호 위원장은 “당장 집배원 인력을 증원해야 하고, 노조와의 약속을 파기한 강성주 본부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도 “성난 민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집배원들이 다음은 내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 지금이라도 본부장은 합의사항을 지키던지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우본과의 교섭은 현재 4차까지 결렬 된 상태다. 노조는 쟁의 조정 신청 후에도 교섭이 결럴 될 시에는 총파업까지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집배원 등 우정직 공무원들은 공무원노조법이 아닌 일반노조법의 적용을 받아 공무원노동조합 중 유일하게 쟁의행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노조는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개입을 거듭 당부했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 경영진은 모두 국가 공무원으로 임기를 마치고 다른 부처로 승진해 가는데 목표를 두는 사람들이다. 단기적 실적 쌓기에만 혈안이 됐을 뿐 해결을 위해 그 누구도 책임지고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근로시간 단축 아니냐. 정부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의 전국 지방 순회 집회는 오늘과 오는 11일 제주지역본부 집회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앞서 우정노조는 지난 23일 청와대 사랑채 앞 본부 집회를 시작으로 부산, 경북, 전남, 전북, 충청, 강원, 경인 등 7개 지역에서 연달아 집회를 벌여왔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왼쪽부터 정태웅 전국우정노동조합 경인지방본부 위원장,  이동호 위원장, 송상호 서울지방본부 위원장.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