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유지업무제도, 도마 위에 오르다
필수유지업무제도, 도마 위에 오르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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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결사의자유위원회, “대한민국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 제도 과도하다”
필수유지업무제도 쟁의권 제한 우려와 노동 현장 모순 야기해...
ⓒ 공공운수노조
ⓒ 공공운수노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약칭 노동조합법)’은 헌법으로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권에 관해 구체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한 것이다. 노동조합법 제42조와 43조는 필수유지업무에 관한 조항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파업 시 공공의 성격을 띤 업무들은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파업을 하라는 것이다. 해당 업무는 필수공익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조합법 제71조가 정하고 있다. 간략히 정리하면 철도, 도시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 병원, 혈액공급, 한국은행, 통신사업이다.

중요한 지점은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갈 때 어느 정도로 해당 업무를 유지시키는지 비율이다. 즉, 몇 명의 인원이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업무를 유지하는지다. 노동위원회가 비율을 정하는데, 사업장별로 60%에서 100%까지 다양하다.

노동자의 파업 중에는 사용자가 또 다른 채용이나 도급으로 중단된 업무를 대체할 수 있으면 파업의 효력은 사실상 없다. 노동조합법은 제43조로 다른 채용과 도급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필수공익사업장은 파업 참가자의 50%까지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100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필수공익사업장의 유지비율이 80%라면 20명만 파업에 참가할 수 있고 사용자는 20명의 절반인 10명까지 대체근로를 시킬 수 있다. 결국 90명이 일하는 것이고 산술적으로 인적가동률은 90%이다.

ILO결사의자유위원회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노동조합법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제도가 과도하게 파업권을 제한한다며 2009년과 2013년에 개선을 권고한 바도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파업권이 제한되기 때문에 헌법으로 보장받은 노동권을 침해받는다고 말한다.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인한 모순적인 문제도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 사항을 알리고자 ILO권고에 따른 필수유지업무제도 전면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열렸다. 필수공익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현장 사례를 밝히며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선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인한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2016년 공공부문 총파업 시 철도노조는 76일간 장기 파업을 전개했는데, 당시 코레일이 대체 인력을 투입해 철도 운행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병원의 경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도 병원이 환자를 줄이지 않아 필수유지업무 조합원들의 노동 강도는 높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파업장기화를 초래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필수유지업무비율이 높고 대체 근로까지 가능해지면 실질적인 파업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 측은 노동조합과 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파업이 장기전의 형태로 띨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노동조합법에서는 필수유지업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핵심업무로 인정받지 못해 외주화를 양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은 발전소에 대해 발전소 사용자는 발전장비 운전·운전지원·정비 등 발전소 내 모든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라고 주장하는데, 해당업무가 핵심업무가 아니라며 외주화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필수유지업무와 핵심업무가 다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무엇보다도 필수유지업무제도가 필수공익사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조합법과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필수공익사업의 업무 대부분을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로 만들어 필수공익사업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사실상 제한하고 불가능하게 한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사용자와 대등한 교섭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필수유지업무 관련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공익사업의 범위를 수도·전기 공급사업, 전화사업, 의료사업, 항공관제사업으로 한정하고 필수공익사업 및 필수유지업무 관련 조항을 삭제하자는 뜻이다. 이들은 대안으로 긴급조정의 결정권을 대통령에게 주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회부결정권을 삭제하는 방안을 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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