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전교조가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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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은 법 밖에 선지 7,057일 되는 날
"법외노조 문제 미루지말고 정부가 직권 취소해야"
ⓒ참여와혁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가 되던 해인 2013년 11월 10일 전교조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설립 취소 철회'를 요구했다. ⓒ 참여와혁신

교사 1,100여 명이 다시 청와대 앞에 섰다. 지난달 2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권정오, 이하 전교조) 결성 30주년을 맞아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 모인 뒤 보름만이다.

전교조는 12일 오후 4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한 번 더’ 법외노조 직권 취소와 해고자 원상 복직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행정부 직권으로 법외노조 처분을 철회하지 않는 정부가 사실상 법외노조 취소를 거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6월 12일은 전교조가 법 밖에 선 지 2,057일 되는 날 

전교조는 지난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 시절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는 이미 14년 동안 법내노조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전교조는 1989년 결성 이래 해직 교사를 조합원에서 배제한 적이 없다. 하루 아침에 법 밖으로 벗어난 전교조가 법외노조 처분을 박근혜 정부의 ‘탄압’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이후 전교조 투쟁의 1순위 목표는 자연스레 법외노조 취소가 됐다. 법 안에 있어야만 교원 노동조합의 온전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지난 7년 간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삭발, 대규모 집회,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끊임없이 벌여왔다.

손호만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오늘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지 2,057일 째가 되는 날”이라며 “어떤 이에게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겠지만 전교조와 해직 교사들에게는 그냥 숫자가 아니다. 2,057일은 전교조와 해직 교사들이 목이 터져라 법외노조 취소를 외쳐온 세월이다. 하루하루가 해직 교사들의 땀이고 눈물이자, 단식이고, 오체투지를 해왔던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손호만 원복투 위원장은 “법외노조가 취소돼서 노동 3권을 쟁취한 뒤 참교육의 꿈을 실천하고 싶다”며 “내년에 복직되는 것이 바람”이라고 전했다. 법외노조 취소, 사학법 개정 요구 등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교사는 모두 38명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정부가 행정부 직권으로 이전 정부의 법외노조 처분을 철회하면 전교조는 다시 법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직권으로 취소하는 방식이 아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1심과 2심 모두에서 전교조에 대한 지난 정부의 법외노조 처분이 적합하다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법원 상고 소송은 지난 2016년 2월 이후 3년 째 계류 중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이 비준하지 않고 있는 ILO 핵심협약 4개를 비준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 문제를 넘겼다. 미비준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제87호·98호)’, ‘강제노동 금지(제29·105호)’다. 이 중 제87호 협약은 “모든 노동자와 사용자는 어떤 차별도 없이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은 노동조합의 주체적인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현직 교원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현행 교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교원노조법)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핵심협약 비준이 전제가 된다면 비준 전이든 후든 법개정이 불가피한 셈이다.

하지만 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싸고 노사 양측의 의견이 크게 갈리면서 합의안은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는 5월 22일 비준동의안과 국내법 개정안(정부안)을 국회에 낸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비준 전에 국회에서 먼저 ILO 핵심협약과 충돌하는 국내법을 개정하기가 어렵겠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제출한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ILO 핵심협약은 1년 뒤부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국회도 관련 국내법을 ILO 핵심협약을 반영해 고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교원노조법이 개정되면 전교조는 다시 설립신고를 낸 뒤에 법내노조가 될 수 있다.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 국회서 통과될까

다만,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내더라도 최근의 정치 지형에선 통과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비준동의안을 논의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맡고 있으며, 위원 22명 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명, 자유한국당 의원과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8명, 2명이다. 또한 정부안이 국회에 논의되는 것은 또 다른 '산'이다. 

정부안 자체에 대한 노동계의 의구심도 큰 상태다. “정부가 과연 ILO 핵심협약 취지에 맞게 개정안을 발의하겠느냐”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3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전교조는 크게 반발하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개정안이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두도록 했지만, 동시에 교섭 창구의 단일화를 강제하고 있어서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한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뒤에도 전교조가 마음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권정오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선 ‘6.13 지방선거 때까지만 기다려달라’, ‘ILO 총회까지 해결하겠다’며 미뤄왔다. 더 이상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정부가 아니라 규탄의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날 투쟁결의문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기간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더 길어졌다”며 “청와대가 정치 논리의 허상에 빠져 사법부와 입법부 뒤로 숨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9년 6월 12일 전교조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2019년 6월 12일 전교조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