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노조, 역사상 첫 집배원 총파업 '시동'
우정노조, 역사상 첫 집배원 총파업 '시동'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13 11:47
  • 수정 2019.06.15 07: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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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본이 합의이행하도록 적극 나서야" 7월 총파업 선언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13일 오전11시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전국우정노동조합이 '집배원 증원'과 '주5일제 시행'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전국의 우체국 집배원들이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다. 집배원들은 공무원노조법이 아닌 일반노조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 파업이 가능하다. 노사 간의 협상 결렬로 파업이 이뤄지면 우체국 택배와 우편이 동시에 멈추는 대규모 물류대란이 예상된다.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 이동호, 이하 우정노조)은 13일 오전 11시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강성주, 이하 우본)가 노사 합의사항을 불이행할 시 우정사업 역사상 처음으로 전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정노조는 이틀 전인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월부터 우본과 7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동호 위원장은 “최근 집배원들이 ‘다음은 내 차례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오늘도 이륜차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말을 많이 한다”며 “취임 전부터 노동존중 사회 만들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우정노조가 우본과 합의한 사항들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우정노조는 우본에 집배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인력 증원과 주5일제(집배원 토요 근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집배원 인력 증원과 주5일제 시행, 두 안건은 모두 우본이 지난해 노조와 합의했던 사항이다.

우본은 지난해 5월 2일 긴급노사협의회에서 올해 7월까지 토요일 배달을 폐지해 주5일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노사정이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의 권고를 받아들여 올해 집배 공무원 1,000명을 증원 또는 비정규직 집배원 1,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노사합의 사항이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우정노조의 설명이다. 우본은 최근 적자 재정을 근거로 합의 이행을 미루고 있다.

이에 우정노조는 정부가 금융사업(예금사업)에서 난 이익금을 일반회계로 전출하지 않고 우편 사업의 적자 보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본은 <정부기업예산법>에 따라 매년 금융사업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일반회계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우편사업에서 난 적자를 보전하기 어려운 구조다. 

노조는 우본의 합의사항 이행과 일반회계로의 전출 중지를 촉구하며 지난달부터 전국 245개 우체국 및 우편집중국 1인 피켓 시위와 지역 순회 집회 등을 벌여왔다.

우정노조는 “우본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우정노조를 총파업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정노조는 “우본이 시간을 끄는 동안 30대 청년 집배원이 과로로 돌연사하고 올해만 집배원 8명이 숨졌다”며 “총파업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물류대란도 전적으로 우본과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성주 본부장의 임기는 올해 10월까지다. 우본 본부장의 임기는 2년이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우본의 노조와의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는데에는 "'자기 임기 때만 피해보자'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우정노조 오는 24일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내달 9일 화요일 새벽 1시부터 총파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총파업을 앞둔 7일 토요일에는 토요배달도 거부한다. 

우정노조 조합원은 모두 3만 명이다. 우정노조는 2008년 우본과의 협약에 따라 필수유지업무에 필요한 75.5%를 제외한 집배원 25.5%가 파업에 참여한다. 다만, 우편물을 우체국까지 배달하는 물류업무(발착업무)에서는 36.2%를 제외한 63.8%가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 물류업무가 멈추면 우편물 유통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파업 가능한 집배원이 다소 적더라도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은 클 것으로 보인다. 우정노조는 11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업무 유지와 운영 수준이 부당하다며 결정신청서를 넣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