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이동희의 노크노크]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6.14 18:17
  • 수정 2019.06.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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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제목에 있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유시민 작가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유시민 작가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이야기할 때 한 말 중 하나다. 특히, 연대를 강조하며 “연대에 참여하는 것은 일, 놀이, 사랑과 함께 의미 있고 기쁜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도 했다.

위 구절은 연대와 관련된 노동조합 이야기를 하고 싶어 가져와봤다. 귀족노조, 집단이기주의, 정규직 중심, 자기 밥 그릇 챙기기로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한(?) 노동조합이 연대라고? 의아할 수는 있겠으나, 사실이다. 노동조합이 실천하고 있는 원·하청 공동교섭, 동일노동 동일임금 쟁취, 노사공동기금 마련 등 사회적 책임의 중심에는 ‘연대’가 자리잡고 있다.

가장 최근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사례로는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노조(위원장 김현정, 사무금융노조)의 우분투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어느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을 모아 놓고 게임 하나를 제안한다. 저만큼 떨어진 나무 옆에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 한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가장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 한 명에게 딸기를 모두 다 주겠다고. 게임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고 한 듯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목표점에 도달해 함께 둘러앉아서 입 안 가득 딸기를 베어 물고 웃는 아이들. 인류학자는 묻는다. “1등으로 온 한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다 주겠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지?” 아이들은 이구동성 우분투를 외친다. “다른 사람들이 슬픈데 어떻게 나 혼자 기쁠 수가 있죠?” 우분투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 코사족 말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해 2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며,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특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비정규직 정규직화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활동의 일환으로 사회연대기금 조성 사업인 ‘우분투 프로젝트’와 관련한 사업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6월 12일, 사무금융 노사가 사회연대를 위해 만든 우분투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지금까지 KB증권, KB국민카드, 에큐온저축은행, 교보증권, 하나카드, 신한생명, 비씨카드, 한국예탁결제원 총 8곳의 노사가 사회연대기금을 출연해 우분투재단에는 총 80억 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기아자동차지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임금이 낮은 비정규직과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에게 임금이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보다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하여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임금전략)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성과연봉제 인센티브를 자발적으로 반납해 기금을 조성하고, 사회연대 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공익재단 ‘공공상생연대기금’을 출범했다. 이외에도 건설노동자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투쟁,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공공성 강화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산별교섭 요구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 낯설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노동조합 역시 우리사회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면서 경제,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부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 정체되어 있는 한국 노동운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노동운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