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노동자 100명이 머리를 깎았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 100명이 머리를 깎았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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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에서 100인 집단삭발식
7월 3일부터 3일간 총파업 예고
17일,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이 삭발 후 머리띠를 매고 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17일,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이 삭발 후 머리띠를 매고 있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100인의 노동자가 집단삭발을 결의하면서 머리를 잘라주던 노동자나 삭발을 결심한 노동자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100인의 학교비정규직노동자가 집단삭발식을 연 것은 대통령이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그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기 위함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금자, 이하 학비노조)은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집단삭발식과 함께 대통령의 공약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이은아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위원장 등이 함께 자리해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이 집단삭발식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참가자들이 집단삭발식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가장 앞에서 머리를 민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은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조여오고 심장이 바들바들 떨린다”며 “오늘의 결의가 힘겹고 고통스러움을 이루 말할 수 없고 모두를 대신해 혼자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머리를 깎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권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학교비정규직노동자도 살맛날 것이라 생각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어지도록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청주에서부터 올라와 삭발에 참여한 안종화 학비노조 전국돌봄분과장은 “약속은 ‘장래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것’인데 정부는 그 다짐을 잊었나”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공정임금제를 오매불망 기다렸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초등교육돌봄사를 2022년까지 53만 명으로 확대하고 학교 돌봄기관시설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열악한 근무조건과 초단시간 근무로 적정근무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열악한 근무조건과 낮은 보수는 돌봄전담사의 사기를 하락시켜 학교돌봄서비스의 질적저하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없이 각 지자체에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책을 펴 지역별로 근로조건의 편차가 크다”며 “노동자 보수수준 및 근로실태를 파악해 처우개선 방안과 실천과제, 정책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의 머리를 밀어줬던 이은아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 있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도 가정에서는 사랑하는 어머니이자 자녀이지만 학교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자존심있는 노동자”라며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 분들 없이 무엇을 논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는 중요한 일은 일대로 넘기고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전혀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임금뿐만 아니라 처우, 복지, 노동자라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정부가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투쟁을 이어받는 세대로서 이 투쟁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이 자리에서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며 “직접 자른 머리카락은 굳건한 투쟁의 결의, 당연한 권리의 요구,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학비노조 총파업에 적극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머리를 밀어주던 조합원과 삭발을 결의한 조합원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머리를 밀어주던 조합원과 삭발을 결의한 조합원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학비노조에 따르면, 각 지역별로 진행되던 교섭을 재작년부터 집단교섭으로 진행해 공통적인 요구는 집단교섭에서, 각 지역별 특수한 요구는 개별교섭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비노조는 지난 4월 1일 교섭을 요구해 1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교육청이 집단교섭에만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혀 교섭이 파행됐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학비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하나도 하지 않고 있고 정부 역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학비노조의 주장이다. 학비노조 관계자는 “공약을 이행하라는 아주 단순한 요구”라며 “학교 현장이 굉장히 서열화 돼, 아이들도 서열화 된 노동을 보며 차별 합리화하고 있기에 학교부터 차별 없애자는 심정으로 모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