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들이 '조건 좋은' 정규직화 반대하는 이유는?
환경미화원들이 '조건 좋은' 정규직화 반대하는 이유는?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광산구 환경미화노동자, “클린광산사회적협동조합 존치하라”
광주 광산구청, “시설관리공단으로 통합해 고용승계 하겠다”
ⓒ 클린광산사회적협동조합
ⓒ 클린광산사회적협동조합

최근 우리 사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마주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른 전환 과정에서 기존 용역 계약보다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떨어지거나 처우가 나빠지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빚어진 상황에서 해당 노동조합과 공공기관은 대립한다.

그러나, 대립 내용이 사뭇 달라 보이는 곳도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이다. 광산구의 환경미화를 담당하고 있는 클린광산사회적협동조합(이하 클린광산) 소속 노동자들은 시설관리공단으로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시설관리공단 소속 노동자가 되면 임금·처우·복지 수준의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해당 공단 환경미화노동자로 일하면 고용안정이 보장되고 급여수준·복지수준이 개선된다는 것은 클린광산과 광산구청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클린광산 소속 환경미화노동자들이 시설관리공단으로의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사회적협동조합 모델의 존치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존치를 요구하며 14일부터 광산구청 앞에서 집단 단식 농성 중이다. 광산구청은 클린광산을 구청 산하 시설관리공단으로 통합해 협동조합 소속 노동자들 모두의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대립이 불거진 시점은 작년 11월 광주광역시 종합감사가 이뤄졌을 때이다. 당시 클린광산과 광산구의 계약연장 부적정성이 지적됐다. 광산구가 지방계약법을 어기며 우선수위를 클린광산에 두고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감사 내용이다. 클린광산은 전국 최초의 환경미화원이 만든 노동자협동조합이다. 2012년 광산구의 환경미화를 담당하던 (합)동산미화가 폐업한 후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설립했다. 그 후 광산구와 1년 혹은 6개월 단위 수의계약을 맺어왔다.

이번 달 말은 클린광산과 광산구의 대행계약 만료 시점이고 17일, 오늘은 광산구시설관리공단 경력채용공고 종료일이다. 클린광산 소속 조합원 19명 중 6명은 경력채용공고에 지원한 상황이고 나머지 조합원은 사회적협동조합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경력채용공고 지원을 거부한 상태다.

양성채 클린광산 조합원은 “우리는 공단이 싫어서 거부하는 것이 아니고 협동조합을 더 좋아할 뿐”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과 후 조합원들은 지역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각자 일했던 곳의 상황을 공유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조합원들의 안전한 노동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긍정성,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사업 내용을 결정하는 협동조합의 자주성에 의미를 둔 발언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처우도 상당히 개선되는 부분인데 시설관리공단으로 통합을 마냥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집단농성 중인 클린광산 측은 당시 광주광역시 감사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검토의견을 들며 협동조합 존치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검토의견에서 행안부가 해당 용역의 연장계약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다만, 행안부는 검토의견에 연장계약 금지는 폐기물관리법에 의거 환경부가 판단해야 사항이라고 단서 조항을 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광산구 관계자는 “행안부의 의견이 공식 라인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 사항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지방계약법으로는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사이의 용역사업을 연장할 수 있지만 클린광산은 13억 가까이 되는 용역사업”이고 “법제처에서 이미 천안아산 지역의 비슷한 사례로 수의계약을 통한 계약연장이 어렵다는 해석을 폐기물관리법에 의거해 내놨던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광산구 관계자는 “그럼에도 다시 공식 경로를 통해 행안부와 환경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