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다량 검출된 땅에 우체국 물류센터?
다이옥신 다량 검출된 땅에 우체국 물류센터?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20 18:24
  • 수정 2019.06.27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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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미군부대 터에서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 검출
부산진우체국 임시 물류센터 이전 계획에 노조 강력 반발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동조합
다각형으로 표시된 지역이 옛날 미군기지, 동그라미로 표시된 지역이 부산진우체국 물류센터 임시청사가 들어설 자리다.   ⓒ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동조합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철수, 이하 우본공무원노조)이 부산진우체국이 신축공사를 하면서 다음달 7일 부산 진구 개금동으로 물류센터를 이전하려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전을 3주 앞둔 지난 12일 녹색연합이 이전할 물류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옛 미군기지(주한미군 물자 재활용 유통 사업소·DRMO) 부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여전히 검출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축구장 5개 크기(총면적 3만 4,925)에 달하는 DRMO는 1973년 4월 미군에 공여돼 주변 미군 부대에서 발생하는 폐품 등을 태우는 소각장으로 사용됐다. 그러다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미군 재편으로 2008년 폐쇄됐고, 2015년 3월 국토교통부에 반환됐다. 이후 처리 비용을 두고 국토부와 국방부가 책임을 미루면서 쓰레기와 폐기물이 방치되다가 지난해에야 정밀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환경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지 내 48곳 중 7곳에서 다이옥신 검출량이 100pg(피코그램·1조분의 1g)을 넘겼고, 최고 573pg까지 나왔다. 다이옥신으로 오염된 토양의 양은 25톤(t) 트럭 50여 대 분량(817), 중금속이나 유류로 오염된 토양도 6,938에 달했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내년 5월까지 정화를 마칠 계획이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환경부가 조사를 해놓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10일 한국농어촌공사 쪽의 현장 브리핑 과정에서 뒤늦게 검출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해당 부지는 현재 국토부 산하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소유하고 있으며 농어촌공사가 정화 용역을 맡고 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 부산지방우정청은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르고 지난해 11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임시 물류센터 건립을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중 부산지역본부장은 임시 물류센터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던 직원들도 12일 관련 언론 보도를 보고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서 본부장은 “다이옥신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나오는 1급 발암물질”이라면서 “이미 오랫동안 지역에서 살고 계신 주민들이 있는 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옛 미군기지 인근의 토양과 수질 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알고 들어가기도 난감하다. 직원들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136명은 부산진우체국 신축이 완료되는 2022년 2월까지 임시 물류센터에서 업무를 볼 계획이었다.

서영중 부산지역본부장은 “직원들의 요청으로 부산지방우정청이 우정사업본부에 임시 물류센터로의 입주를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산진우체국이 철거를 2주 앞두고 있고, 임시 물류센터도 공정을 80% 마쳤다”며 “우정사업본부도 부산진우체국의 신축 공사를 미루면 공사 지체보상금 등으로 손해가 나 노사 모두가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본공무원노조는 “미군기지가 반환된 다음해인 2016년에 이미 환경부 조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서영중 부산지역본부장은 “2016년 환경부 조사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고 이에 따라 정부가 2017년 9월에 토양오염 정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18일 오후 농어촌공사가 우체국 관계자를 대상으로 연 설명회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환경부가 진행한 토양오염정밀조사와 진행될 토양정화사업 모두 2016년 환경부 조사에서 시작된 사업 계획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시철도공사가 어느 시점부터 이를 알고 있었는지, 알고서도 숨긴 채로 우정사업본부 부산지방우정청과 계약을 했느냐의 여부는 다시 법적으로 따져 볼 문제다.

이철수 위원장은 “책임여부를 떠나 직원들이 근무할 청사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부담 때문에 임시 물류동에서의 근무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돈보다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에도 반한다.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