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형지역일자리모델 성공의 ‘Key’는 무엇일까?
상생형지역일자리모델 성공의 ‘Key’는 무엇일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6.20 20:39
  • 수정 2019.07.03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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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상생형지역일자리모델의 핵심을 살피다
ⓒ어기구 의원실
ⓒ어기구 의원실

‘OO형 일자리’가 화두다. 광주형 일자리를 시작으로 ‘상생형지역일자리’ 모델이 경북 구미, 경남 밀양 등으로 퍼지고 있다.  

상생형지역일자리는 노-사-민-정이 지역의 경제 주체 간 상생협약을 체결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지방정부가 기업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오늘날 한국 노동시장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자기변신을 꾀해야 미래가 보장된다는 위기의식을 지닌 이들은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상생형일자리 모델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잘할 것인가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사례를 통해 본 상생형지역일자리: 한국형 모델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해외의 상생형지역일자리 모델을 살펴보고 ‘한국형’ 모델의 가능성을 전망하기 위한 월례 정책토론회가 2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상생형지역일자리특별위원회(위원장 어기구의원)가 주최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국형 지역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참여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일터 혁신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또한 이들은 “이제 ‘누가’ ‘어떻게’ 상생형지역일자리를 추진할지 키맨과 키그룹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3명의 발제자가 해외사례를 소개했다. 기조발제와 좌장을 맡은 박명준 연구위원(한국노동연구원)이 독일과 미국 사례를, 황세원 연구실장(LAB 2050)이 스웨덴 말뫼 사례를, 조임숙 박사(순환경제연구소)가 일본 히가시오사카시의 사례를 순서대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이문호 소장(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임운택 교수(계명대 사회학과), 김영민 부연구위원(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이 참여했다.

독일 : 노사협치와 숙련을 통한 일터혁신 

우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벤치마킹한 독일 슈투트가르트시 사례를 박명준 연구위원이 소개했다. 독일 폭스바겐사는 2001년 대량 실업사태를 겪으며 노사합의로 ‘아우토(AUTO) 5000’이라는 별도의 독립법인을 설립해 5,000명의 실업자를 채용했다. 이들의 임금은 본사 직원들보다 20%가량 적었지만, 주 정부의 노력과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수로 구성된 사업장평의회 등을 통한 노사협치모델을 정착시키면서 고용이 유지됐다. 

AUTO 5000 성공의 핵심은 연대뿐 아니라 혁신을 강하게 도모한 것이며 혁신의 요체는 교육과 훈련에 있었다.  박명준 연구위원은 “독일 AUTO 5000 사례는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를 통해 기업 내부의 혁신과 기업 밖에서의 혁신이 연대를 동반하며 이루어낸 것들”이라며 “우리의 상생형지역일자리 모델을 설계할 때도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를 통한 사회혁신 실현에 초점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한국형 일자리 모델의 ‘현실화’와 관련해 함의가 크다. AUTO 5000은 신규채용자들을 선발할 때 상당한 정도의 학습 능력을 갖춘 이들을 일부러 선발하고자 노력했다. 그 이유는 AUTO 5000에서 실험하려는 ‘학습공장(Lernfabrik)’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학습공장에서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효율적인 학습을 통해 빠르게 숙련됐다. 일자리 창출 과정은 ‘고용연대’적이었지만 실제로 그 실현과 지속은 ‘일터혁신’을 강하게 동반한 것이다. 

스웨덴 : 공동의사결정제도와 시험도시

황세원 연구실장은 ‘전통 제조업과 이별’을 선택한 스웨덴 말뫼시 사례를 소개했다. 1800년대부터 조선업의 절대 강자였던 말뫼시는 1990년대에 실업률 최고 22%를 기록하며 ‘브라운 시티(Brown City)’라 불릴 정도로 쇠락했다. 황세원 연구실장은 말뫼시가 쇠락도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IT 등 신산업 도시로 전환되기까지의 노력을 재조명했다. 

말뫼시의 비결 중 하나는 의사 결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게 한다는 점이었다. 1995년 전문가와 시민 대표로 도시 미래비전 TF를 구성해 청년층의 지지가 높았던 ‘친환경'을 도시의 키워드로 채택했다. 다음 해 말뫼시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IT, 생명공학 등 첨단산업으로 재편”한다는 비전을 발표한 이후로 산업전환에 성공했다.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말뫼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말뫼시는 도시의 미래 ‘키워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히 청년층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1994년부터 19년간 말뫼의 혁신을 이끌었던 일마 리팔루(Ilmar Reepalu) 전 시장은 황세원 연구실장과 인터뷰에서 “오직 청년들만이 미래를 안다”며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하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것이 미래 산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이 무엇이건 실험하고 시도할 수 있는 ‘시험도시(testbed)’로 내놓았더니 그들이 말뫼를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말뫼시가 안고 있는 일자리의 불안정성이나 비싼 주거비 등의 문제도 있다. 황세원 연구실장은 “말뫼시도 처음부터 양극화나 일자리의 불안정성 등에 대응했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며 “우리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산업 전환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 산업 고도화와 지방 정부의 적극적 노력 

마지막으로 조임숙 박사는 저성장과 기업의 해외이전으로 산업공동화 현상을 겪던 일본 히가시오사카시가 기존의 산업을 고도화시켜 이를 타개한 사례를 주목했다. 

히가시오사카시의 산업지원 정책 특성은 ‘기업밀착형 실용주의’로 요약된다.  조임숙 박사는 “지방정부가 그야말로 지역 내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영업사원처럼 뛴다”며 “도시에 기술진료소를 설치해 기업이 언제든지 와서 기술 상담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직접 기업에 돌아다니며 상담을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가 직접 뛰는 ‘얼굴이 보이는 정책’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토론에 참여한 이문호 소장은 전체 내용을 아우르며 “독일의 폭스바겐 사례에서는 노사 간 신뢰에, 스웨덴의 말뫼 사례에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산업 전환의 성공을 가능케 한 지방정부의 확실한 비전 제시와 사회 안전망에, 일본의 히가시오사카시 사례에서는 지역의 협력적 네트워크 강화에 비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