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무노동자, “휴일근무수당 필요 없으니 휴일엔 좀 쉬자”
지하철 승무노동자, “휴일근무수당 필요 없으니 휴일엔 좀 쉬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6.21 15:34
  • 수정 2019.06.21 15: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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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해 휴일 근무했지만, 돌아온 말은 과도한 휴일근무수당 챙기는 모럴 해저드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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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 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이 휴일에도 나와 지하철 운행을 해 과도한 휴일근무수당을 받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말 과도한 휴일근무수당 챙기기인지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들어보기 위해 이우창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승무본부(본부장 양명식, 이하 승무본부) 조합원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만났다.

일부러 휴일에도 나와 일하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의 요구는 휴일에 쉬고 싶다는 거다. 현재 승무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휴가를 가면 당일 휴일자인 누군가가 나와 대체근무를 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체 정원의 10%로 예비인력을 둬야 하지만 잘 안 지켜지고 있는 게 실정이다. 심지어 정원도 미달하는 곳이 있다. 그렇기에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

휴가를 많이 쓴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다른 직무(기술, 역무, 차량)에 비해 휴가를 많이 쓰긴 한다. 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한다. 일부러 휴가를 쓰는 게 아니다. 휴가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승무노동자는 복통이 조금만 있어도, 어디가 조금만 아파도 열차 운행을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복통이 있으면 화장실에 가거나 몸이 불편하면 약국에 가서 약이라도 사먹는데, 우리는 지하철이 한 번 출발하면 4~5시간은 이동이 불가하다. 때문에 출근하는 중에 몸이 조금 불편해진 상황이 오면 그날 바로 휴가를 낸다. 본인 재량으로 휴가를 안 내고 참다가 안전사고로 이어진다."

시민들의 안전과 연결돼 있으니 그렇다는 건가?

"그렇다. 지하철을 함부로 멈출 수도 없고, 승무원의 몸 상태로 인해 만에 하나 지하철 운행 시 잘못된 상황 판단을 내린다면 안전 사고로 이어진다. 그것도 대형 사고다."

인력 충원해서 휴일을 보장받자는 요구도 시민들의 안전과 연관돼 있는 것이고?

"맞다. 승무노동자가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졸음운전 등으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승무본부 총회는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1,000여 명이 모였고 총회에서 조합원들은 “휴일을 지키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가 답해야 한다”며 “휴일수당 받고 싶지 않고 우리의 휴일을 보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이유는 서울시가 2013년에 박원순 시장의 제안으로 서울시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는 승무원의 자살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로 만들어졌다. 서울시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에서는 승무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인력을 충원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승무본부 조합원들은 총회가 끝나고 서울시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면담 요청서를 전달한 후 양명식 본부장은 “면담을 통해 승무노동자들의 휴일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높은 수준의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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