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오늘은 운전대 아니라 피켓 잡는다”
쿠팡맨, “오늘은 운전대 아니라 피켓 잡는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6.25 19:10
  • 수정 2019.06.25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행선 달리는 단체교섭 마무리하고 싶어...
‘휴게시간 보장’과 ‘실질적 임금 인상’ 요구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25일 오후 1시 쿠팡 본사 앞에 쿠팡배송노동자들이 운전대를 놓고 결의대회를 하기 위해 모였다. 작년 8월 20일 쿠팡배송노동자들이 뭉쳐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이후 스무 차례의 교섭을 약 8개월 간 진행해오고 있다. 8개월의 시간과 20번이라는 숫자에도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결의대회는 쿠팡배송노동자들이 교섭을 원활히 진행하자고 쿠팡 사측에 요구하는 자리였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지난한 스무 차례의 교섭이 ‘같은 뜻이나 표현이 다른 것’이라면 좀 더 시급하고 간단한 논의부터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교섭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교섭으로 전환하자는 의미다.

쿠팡지부는 작년 3월 7일부터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포스트잇 부착 캠페인을 진행했다. 쿠팡지부에 따르면 “회사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조합원들에게 개인 메시지로 불이익 등을 경고”했다. 또한, “지난 17일 교섭 자리에서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회를 선언하고 문을 발로 차며 퇴실했다”고 밝혔다. 쿠팡지부는 사측의 이러한 태도가 단체교섭을 진전시키지 못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쿠팡지부는 향후 원활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자는 메시지를 사측에 전달하면서 자신들의 요구안을 다시 밝혔다. 쿠팡배송노동자들은 ▲휴게시간 보장 ▲쿠팡맨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배송물량 기준 설정 ▲실질적 임금 인상 등 3가지 요구 사항은 적어도 사측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쿠팡지부가 입수한 자료(광역 단위 배송 캠프 관리자가 작성)에 따르면 쿠팡배송노동자들은 휴게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캠프 배송노동자 4명 중 1명만 휴게시간을 사용했다. 또한, 배송물량이 2014년에 비해 현재 두 배로 증가했다. 휴게시간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노동강도는 올랐는데 임금수준도 2014년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지부는 “‘다른 뜻이고 길이 다른’것이라면 쿠팡지부와 쿠팡지부를 응원하는 대오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길을 찾을 생각”이라며 “우리의 기억과 미래에 좋은 기업으로 남도록 애써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노사교섭이 결렬돼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인다.

이날 결의대회가 끝나고 쿠팡배송노동자들은 쿠팡 본사 김범석 대표에게 쿠팡지부의 목소리가 담긴 의견서를 전달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