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당하자 회사에서 호루라기 지급" 가구방문 노동자의 뼈아픈 이야기
"성희롱 당하자 회사에서 호루라기 지급" 가구방문 노동자의 뼈아픈 이야기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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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신체적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가구방문 노동자
2인1조 근무체계 등 대책 촉구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고객이 뒤에서 성기를 문댔다. 가스 점검을 하다 놀라 신발도 못 신고 뛰쳐나온 적이 있다." (경동도시가스센터 안전점검원 A) 

"수도 검침을 하려고 문을 두드리면 일부러 팬티만 입고 나와 문을 열어주며 '계량기는 저기 있어요' 하며 손으로 브래지어 끈 라인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강릉시 상수도검침원 B)

"치매 노인에게 무릎 안마를 해드렸더니 허벅지까지 하라고 했다. 모텔 가자, 옷 벗자고 요구했다." (재가요양보호사 C)

가구방문 노동자들의 뼈아픈 이야기가 쏟아졌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민주노총 등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침해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은 고객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노동 환경을 토로하며 2인1조 근무 체계 도입을 요구했다.   

고객의 집에서 혼자 일하는 가구방문 노동자 

가구방문 노동자들은 고객의 성폭력, 감금, 욕설 등 위협에 대처하기 어렵다. 고객의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혼자' 일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울산 경동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이 고객에게 성추행과 감금을 당했던 장소도 고객의 집이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해당 점검원은 자살까지 시도했다. 

김정희 경동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은 "혼자 고객 집에 들어가서 일하다 보니 고객들이 우리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도시가스 안전 점검을 하러 왔다고 말했음에도 잠깐 기다리라더니 나체로 문을 열기도 한다. 나를 점검원이 아닌 여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구방문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용자

정신적·신체적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가구방문 노동자들에게 사용자는 무심했다.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이 2인1조 근무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지만 인력, 예산 등의 이유로 거부하는 사용자가 대다수다. 김정희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은 2015년 회사에 성희롱 피해사실을 보고하자 '호루라기'를 지급받기도 했다. 이건복 재가요양보호사는 동료가 치매 노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사무실에 호소했지만 "그 어르신 젊었을 때부터 그렇게 바람을 피웠대요. 이해하세요" 같은 말만 돌아오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2인1조' 근무 도입으로 가구방문 노동자의 안전 지켜야

증언대회에 참가한 가구방문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2인1조 근무 체계 도입이 당장 필요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2인1조는 근무 위험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는 2016년 구의역 김군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뒤 개선 대책이며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의 죽음 뒤 공공기관 작업장에 의무화된 근무 체계다. 조이현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안 주고 일하게 하는 건 비상식이다. 2인1조 근무체계는 가구방문 노동자에게 안전모"라며 "2017년 고용노동부의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핸드북에도 포함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인1조 근무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결국 사람이 필요한 문제이기에 인력 계획을 분명히 세우고 지금부터라도 가구노동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을 높여야 한다. 법과 제도뿐 아니라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