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오늘도 잡무에 시달리는 그대에게
[이동희의 노크노크] 오늘도 잡무에 시달리는 그대에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6.27 19:09
  • 수정 2019.06.27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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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지난 23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1,7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하루 평균 70분을 본업이 아닌 잡무로 업무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무에 한 번 시달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걸 알기에, 잡무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가볍지 않다는 걸 알기에 설문조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79.5%가 본업 외 잡무를 처리하는 일이 있다고 답했으며, 일과 중 잡무를 처리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70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직급별로는 ▲과장급 76분 ▲대리급 74분 등 실무자들의 잡무 시간이 비교적 길게 나타났으며, 직무별로 살펴보면 ▲경영·사무직무의 잡무 시간이 82분으로 나타나 전체 응답군 중 가장 긴 시간을 잡무에 할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잡무로 인해 본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48.6%였으며, ‘내가 뭐하는 사람인가 싶어 직무 및 직장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응답한 직장인도 46.4%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 결과만 보면 잡무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모두가 잘고 시시하여 대수롭지 아니한) 일’로, 본업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반대로 잡무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이다. 그는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며 느낀 경험을 토대로 “회사를 운영하는 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멋진 아이디어와는 상관없는 잡무들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자하는 일”이라며 “회사는 제품 개발 50%와 수많은 잡무 50%를 통해 세워진다”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동반되는 잡일까지 감수하고 견뎌낼 수 있는 사람만이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잡무를 무조건 본업을 방해하는 일로만 보지 않고 본업에 필요한 업무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살짝)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쩔 땐 나대신 누군가 대신해주는 잡무로 내가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기도 한다.

‘이걸 도대체 왜 해야 되는 거야’ 싶어 미뤄두고 하기 싫은 ‘잡무’가 직장에만 있을까. 어찌 보면 직장 밖에서도 우리의 잡무는 계속된다. 퇴근 후에도 쌓인 자질구레한 일들에 시달리는 그대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겠어요. 내일만 지나면 주말이네요. 오늘도, 내일도 우리의 잡무를 견뎌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