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영의 콕콕] 이제는 ‘장난’이 재미가 없어요
[김란영의 콕콕] 이제는 ‘장난’이 재미가 없어요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28 16:38
  • 수정 2019.06.28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콕콕’은 야무지게 자꾸 찌르는 모양을 뜻하는 의태어입니다.
상식과 관행들에 물음표를 던져 콕콕 찔러보려 합니다.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지난 주말, 이제는 전설로 남은 MBC 무한도전 ‘못.친.소 패스티벌’(306회)을 보다가 TV를 꺼버렸다. ‘못생긴 친구’들이 서로에게 뱉는 말을 더는 듣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도사람을 닮았다느니(‘인종차별 아닌가?’), 맹꽁이처럼 생겼다느니(‘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에게 맹꽁이라니?’). 그런데도 진행자는 예능판에서 별명을 하나 얻고 가는 것이니 수혜를 입은 것이라고 정리했다. 참고로 기자는 그의 팬이 아니다. 

제작진은 출연진에게 컵라면을 먹인 뒤에 재웠는데(‘새벽에 라면을 꼭 먹여야 했을까?’), 그것은 4시간 뒤(‘촬영팀 스태프들은 잠도 못 잤겠군’) 부운 얼굴이 되었을 쯤 그들에게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기 위해(‘정말 괴롭겠다’)서였다. '못생긴 친구들'은 찌푸렸고 서로의 표정을 번갈아 구경하며 깔깔대고, 낄낄댔다.

'너무 폭력적인 것 아닌가'.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은 ‘어쩌다, 내가 이렇게까지'였다.  마감을 앞두고 평소보다 민감해진 탓일까? 아니면 이제는 예능에도 보다 섬세한 인권감수성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한 걸까? 문득, 강호동이 tvN예능 '강식당'에서 팀원들에게 "I SAY '배려', YOU SAY '존중'"을 외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도 과거엔 저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최근엔 인기 웹툰작가 '기안84'가 장애인에 이어 이주노동자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기안84가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웹툰 ‘복학왕 294화 세미나 2’ 편에는 세미나를 위해 숙소에 도착한 기안식품 노동자들의 반응이 다르게 그려졌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상태가 좋지 않은 숙소를 보고 ‘좋은 방 좀 잡아주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주 노동자는 “우리 회사 최고다. 죽을 때까지 다닐 거다. 세미나 온 게 어디냐”고 말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인종차별이 노골적”이라는 지적과 “만화인데 꼭 이렇게까지 비판해야 하냐”는 의견이 충돌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사자들은 함께 웃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도 사람은, 맹꽁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권력의 규정에 불편하고, 슬프고, 화가 난다. 그것이 더 큰 그림을 위한 계획된 풍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짝-재미와 장난은 일터에서도 이어지는데, 그것은 발화자를 뒤집어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이 던지는 일상적인 질문을 감히 '을'들이 내뱉을 수 없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의심해보라! 이를테면, 취향에 대한 의문 같은 것들. 마찬가지로 ‘꼭 그렇게까지 까야 하냐’는 질문에는 ‘그래야 한다’는 단호박.

다소 극성스러워 보여도 이런, 저런 목소리,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 그대로 우리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들은 서로 뒤엉퀴고, 뒤엉퀴고 내일로 굴러갈 것이다.